
1927년, 미시간주 디어본의 루즈강 하구에 광석 운반선이 들어왔습니다. 배에서 내려진 철광석은 부두 옆 용광로로 곧장 들어갔고, 거기서 나온 강철은 같은 부지의 압연기와 유리 공장과 조립 라인을 차례로 통과해, 광석이 하역된 지 하루 남짓이면 완성차 한 대가 되어 굴러 나왔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헨리 포드의 리버루즈 공장입니다. 발전소도 부두도 담장 안에 있었고, 포드는 미시간의 삼림과 철광산을 사들였습니다. 타이어에 들어갈 고무까지 직접 기르겠다며 1928년에는 브라질 아마존에 도시 하나를 세우기도 했었죠. 포드랜디아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수직통합이라는 말이 가장 극단까지 구성된 지점이 여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말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한데요. 포드랜디아는 고무를 거의 내놓지 못한 채 1945년 헐값으로 정리되었고, 리버루즈 방식 자체도 전후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해체되었습니다. 다 만드는 것보다 잘 만드는 곳에서 사 오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8월 6일, 텍사스에서는 이런 수직통합과 유사한 테슬라의 새로운 발표가 나왔습니다.
▸ 168억 달러,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건물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공동 반도체 단지인 '테라팹(Terafab)'의 부지를 텍사스주 그라임스 카운티로 확정하고 1단계 투자로 168억 달러(약 24조 원)를 공식화했습니다. 로직과 메모리, 패키징과 테스트, 마스크 제작까지 한 지붕 아래 넣겠다는 계획이죠. 모든 단계를 다 밟으면 최대 1,190억 달러. 상시 고용은 3,000명 이상, 연면적 1억 제곱피트 이상에 건물 길이가 약 2.5마일. 일론 머스크는 이곳을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값진 건물"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공정은 인텔에서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인텔의 역할이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업계는 기술 라이선스 형태로 관측하고 있죠. 고용량 양산은 스페이스X가 맡습니다. 최종 목표는 월 웨이퍼 투입 100만 장인데, TSMC 현재 총 생산능력의 약 70%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었어요. 여튼, 이번에 확정된 것은 부지와 세제 협약, 투자 계획입니다. 초기 칩 생산은 2027년 말 목표입니다.
▸ 채용 공고가 예산안보다 정직합니다
그리고, 8월 7일에는 테슬라의 채용 페이지에 공고가 올라와서, 이 내용을 보면 좀 더 진행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었는데요. 직무명은 Memory Process Integration Engineer, 근무지는 오스틴, 소속은 테라팹입니다. 직무 기술서에는 20나노 이하 D램 공정, 커패시터 설계부터 양산 준비까지 그리고 차세대 로드맵으로 MRAM과 RRAM, 3D D램이 적혀 있습니다.
이것을 읽고 이해하면 테라팹의 메모리는 이제 사 오는 물건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AI 칩을 설계하는 회사가 그 칩에 붙일 메모리까지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죠. 채용 공고를 읽어보면, 실제 무슨 일을 앞으로 하겠다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 남의 레시피로 짓는 주방
반도체 공정은 1987년 이후, 설계와 제조를 나누는 것이 이 산업계의 상식이었습니다. 2020년 애플의 M1 생산을 보면 설계는 안으로 들이되, 제조는 TSMC에 맡기는 방식 정도가 조금 다른 형태였을 뿐이죠. 그런데, 테라팹은 나머지 절반까지 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공정은 인텔에서 빌려 옵니다. 완전한 수직통합이 아니라 남의 레시피로 내 주방을 짓는 절충안인 셈이죠.
그런데, 이 계획은 매우 어정쩡한 상황입니다. 스페이스X는 테라팹에 5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텍사스에서 35년까지 세금 감면을 받기로 했지만, 이번 발표는 아직 168억 달러의 계획이에요. 가장 큰 문제는 파운드리를 세우는 일에서 공정 경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동 준비까지 최소 3~5년, 실제 양산은 빨라야 2029년으로 전망하죠. 결정적으로 TSMC는 현재 수준의 생산을 하는 데 1987년부터 4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 우리 고객이 우리 직무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한국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와 165억 달러 규모의 위탁생산을 맺었습니다. 2033년 12월까지 AI5의 생산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AI6는 삼성전자가 전담 생산, AI6.5는 TSMC 애리조나에서 생산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033년 이후에는 텍사스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그림이죠.
지난달, D램에서도 외부 변수로 등장했던 중국의 CXMT가 한국을 뒤쫓아 옵니다. 덩치 큰 고객들은 한참이 지난 수직통합의 그림을 남의 주방을 내 것처럼 빌려다 차려두고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에게 2030년, 아니 2033년 이후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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