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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지 않은 자리는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 경영진 6,000명이 못 본 19%

뽑지 않은 자리는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 경영진 6,000명이 못 본 19%

광부들은 새를 데리고 갱도로 내려갔습니다. 카나리아를 작은 새장에 넣어 들고 들어갔는데요. 새가 귀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일산화탄소나 메탄이 차오를 때 사람보다 훨씬 먼저 쓰러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카나리아의 요점은 그 새가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구간을 새가 대신 기록해 준다는 데 있습니다.

스탠퍼드의 경제학자들이 자기 논문 제목에 이 새를 넣었습니다. 「Canaries in the Coal Mine?」. 스탠퍼드 디지털이코노미랩의 소장인 에릭 브리뇰프슨과 같은 연구실의 바랏 찬다르, 루유 첸이 이달 12일 이 논문의 2026년 8월 개정판을 냈고, 이번 주에 여러 매체가 이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ADP의 행정 페이롤 데이터로 미국 근로자 수백만 명의 고용을 지난 6월까지 추적한 연구입니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 디지털이코노미랩 소장. 지난해 1월 미국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입니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 디지털이코노미랩 소장. 지난해 1월 미국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핵심 수치는 이렇습니다. 22세에서 25세 사이,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군에 있는 사람들의 고용이 노출도가 낮은 직군의 동년배와 같은 속도로 늘었다고 가정할 때보다 약 19% 아래에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시점의 데이터에서 이 격차는 15%였는데요. 1년 사이에 4%포인트가 더 벌어진 것이죠.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고객 서비스가 포함됩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두 숫자는 둘 다 맞습니다 : 해고는 사건이고, 뽑지 않은 자리는 사건이 아닙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나온 다른 조사를 겹쳐 놓으면 이야기가 이상해집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과 영란은행, 독일 분데스방크, 호주 맥쿼리대가 동일한 문항으로 미국·영국·독일·호주의 경영진 약 6,000명에게 물었습니다. CEO와 CFO, 재무를 담당하는 임원들입니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였고, 결과는 NBER 워킹페이퍼 「Firm Data on AI」로 나왔습니다. 90%가 넘는 응답자가 지난 3년간 AI가 자기 회사의 고용에 미친 영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89%는 노동생산성에도 영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쪽에서는 특정 연령대의 고용이 19% 내려앉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 6,000명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 틀렸을까요?

저는 둘 다 맞다고 봅니다. 답은 스탠퍼드 논문이 정리한 여섯 가지 사실 중 네 번째에 있는데요. 이 조정은 해고가 늘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신규 채용이 줄어서 일어났습니다. 기존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여섯 번째 사실도 같은 방향입니다. 조정이 기본급이 아니라 고용 수량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임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해고는 사건입니다. 날짜가 있고 통보가 있고 회의록이 남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뽑지 않은 자리는 사건이 아닙니다. 지난해 신입 세 명을 뽑았던 팀이 올해는 한 명만 뽑고 남은 예산을 AI 도구 구독료로 돌렸다고 해봅시다. 그 팀을 관할하는 임원에게 "지난 3년간 AI가 고용에 영향을 주었습니까?"라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답할까요? 아무도 잘리지 않았으니 없다고 답하는 것이 정직한 대답입니다. 존재하지 않게 된 두 자리는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경영진 설문이 이 변화를 잡아내지 못하는 것은 응답자가 솔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질문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페이롤 데이터에서만 보입니다. 이것이 카나리아라는 제목의 정확한 의미겠죠.

흥미로운 것은 그 경영진들도 앞을 볼 때는 다르게 답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은 향후 3년간 노동생산성이 평균 1.4% 오르고 고용은 0.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3년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답한 사람들이, 앞으로 3년은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셈입니다.

▸ AI가 값을 떨어뜨리는 것은 적혀 있는 지식입니다

논문이 제시하는 설명은 지식의 종류에 관한 것입니다. AI가 잘 대체하는 것은 성문화된 지식(codified knowledge)입니다. 교과서와 문서와 절차서에 적혀 있는, 남에게 가르칠 수 있는 형태로 이미 정리가 끝난 지식이죠. 반대로 암묵지(tacit knowledge)는 잘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보완합니다.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고 반복과 실패와 어깨너머로만 얻어지는 요령입니다.

문제는 이 분할선이 연차와 거의 겹친다는 데 있습니다. 학교를 막 나온 사람이 시장에 팔 수 있는 것은 성문화된 지식뿐입니다. 그것 말고는 아직 가진 것이 없으니까요. 반대로 경력자를 지켜 주고 있는 것은 암묵지입니다. 논문에서 경력자 집단에는 같은 격차가 나타나지 않고, AI가 업무를 대체하는 직군에서도 경력자 고용이 평탄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가 걸립니다. 경력자를 지켜 주는 그 암묵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신입 시절을 통과하면서 얻은 것입니다. 사수가 코드 리뷰에 달아 준 세 줄짜리 코멘트, 어떤 라이브러리를 왜 쓰면 안 되는지 알게 된 새벽의 장애, 고객이 요구사항이라고 적어 준 것과 실제로 원하던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회의. (제가 신입 때 배운 것 중에 문서로 적혀 있던 것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지금 좁아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통과 지점입니다. 경력자가 안전한 이유는 신입 시절에 있는데, 그 신입 시절로 들어가는 문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 개발 직군 선호 1위, 신입 비중 12.4%

한국은 어떨까요? 원티드랩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6 채용 트렌드 서베이를 보면,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153명이 답한 채용 수요 최고 연차는 4~7년차로 49.7%였습니다. 절반입니다. 1~3년차가 19.6%, 8~11년차가 17.6%였고 신입은 12.4%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직군별 채용 선호 1위는 개발로 28.1%였습니다. 개발자를 가장 많이 뽑고 싶어 하는 시장에서 신입의 몫이 12.4%라는 뜻인데요.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 공고 144,181건을 분석한 결과로는, 신입만 뽑는 공고가 2.6%였고 나머지 97.4%가 경력을 우대했습니다.

물론 이 숫자들을 전부 AI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성급합니다. 한국의 신입 채용 축소에는 경기와 금리, 정규직 고용의 경직성 같은 이유가 오래전부터 겹쳐 있었습니다. 같은 원티드랩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4.5%는 2026년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스탠퍼드 논문 역시 여섯 가지 사실의 첫 번째로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 증거는 없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AI가 노동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직은 특정 연령대, 특정 직군에서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지금 눈여겨봐야 할 지표는 해고 건수가 아니라 채용 공고가 요구하는 최소 연차입니다. 그 숫자는 조용히 올라가고, 어떤 통계에도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질문이 더 어렵습니다. 적혀 있는 지식의 값이 떨어지는 동안 사람이 암묵지를 얻을 수 있는 입구를 어디에 낼 것인지, 이건 채용 담당자에게만 맡겨 둘 문제는 아니겠죠.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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