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AI는 9월 16일 ChatGPT 광고에 들어가는 새 기능들을 공개했습니다. 그 가운데 광고의 형식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후원 에이전트(Sponsored Agents)입니다. 관련 광고를 본 이용자가 원하면 그 광고주가 후원하는 에이전트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자기 사정을 설명하고 되물어 보고, 마음이 정해지면 업체 사이트로 넘어가는 흐름이에요. 지금은 미국의 일부 광고주와 함께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첫 시험 브랜드로 이름이 나온 곳은 미국의 홈서비스 중개 업체 Angi입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는 이야기를 하던 이용자가 그 자리에서 동네 수리 기사 예약까지 이어지는 그림인데요. Angi의 공동창업자인 앤지 힉스(Angie Hicks)는 자사 보도자료에서 "우리의 AI 우선 전략은 단순합니다. 집주인이 자기 프로젝트에 맞는 전문가를 더 쉽게 찾아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ngi는 이미 올해 ChatGPT 앱을 먼저 내놓았는데, 그 앱은 이용자가 직접 찾아 들어가는 것이고 이번 후원 에이전트는 대화 주변에 노출되는 광고라는 점이 다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용어를 한 번 짚고 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여기서 후원 에이전트는 ChatGPT가 광고주의 말을 대신 해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별도로 붙는 대화 상대이고, 그 발언의 주인은 광고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발표에서 후원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OpenAI가 무엇을 어디에서 끊어 놓았는지를 먼저 읽었습니다. (실은 이것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분리된 것은 대화창입니다 : 다시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경계선입니다
OpenAI가 이 형식에 붙인 설명은 이렇습니다.
"후원 에이전트와의 대화는 ChatGPT의 독자적인 답변과 구분되며, 이용자가 시작한 원래 ChatGPT 대화와 분리됩니다."
한 문장에 경계가 두 개 들어 있습니다. 광고와 답변 사이의 구분, 그리고 대화와 대화 사이의 분리죠. 뒤쪽이 더 무겁습니다. 후원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기존 대화 기록에 자리를 얻지 못하고 자기 대화창을 따로 하나 받거든요. 그래서 이용자는 방금 ChatGPT에 설명했던 사정을 후원 에이전트에게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OpenAI 설명에서 이용자가 자기에게 중요한 것을 이야기한다고 적힌 대목이 바로 그 자리예요. 번거롭죠. 그런데 지금은 그 번거로움이 경계선입니다.
▸ 같은 발표에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기능이 하나 더 있습니다
광고주 도구도 같이 열렸습니다. Ads Manager를 ChatGPT Work 안에서 자연어로 조작해 캠페인을 만들고 고치고 분석할 수 있고, 랜딩 페이지에서 끌어온 카피와 이미지를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HubSpot이 첫 CRM 파트너로 9월 16일부터 연결되고, Shopify 판매자용 ChatGPT Ads 앱도 같은 날부터 미국에서 쓸 수 있고 9월 23일부터 다른 나라로 넓혀집니다.
그리고 그 목록 안에 선택 기능 하나가 섞여 있습니다. 광고주가 이미 등록해 둔 헤드라인과 설명을 대화의 맥락에 더 잘 맞도록 조정하고, 이용자가 쓰는 언어로 광고 문구를 자동 번역해 주는 기능입니다.
여기서 움직이는 쪽은 대화가 아니라 광고 문구입니다. 대화창은 분리했는데 광고 문구는 대화를 읽어요.
ChatGPT 광고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지난 6월 19일입니다. 무료 요금제와 Go 요금제의 성인 이용자에게 노출되고, Plus·Pro·Business·Enterprise·Edu 요금제에는 광고가 붙지 않습니다. 그때 OpenAI가 내세운 원칙은 광고를 "sponsored content"로 명확히 표시해 생성된 답변과 시각적으로 분리하고, ChatGPT의 답변을 광고주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기능이 그 원칙을 어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광고주가 답변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는 약속과, 대화가 광고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는 약속은 다른 문장이고, 후자는 애초에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그 약속이 한 방향만 덮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늘어난 쪽이 그 반대 방향이에요. 대화 맥락이 어떤 광고를 보여줄지 고르는 데 쓰인다는 사실은 2월 파일럿 때부터 적혀 있었는데요. 이번에 달라진 것은 그 맥락이 고르는 단계를 지나 광고의 문장까지 손본다는 점입니다.
OpenAI가 이번 발표에서 공개하지 않은 것도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용자가 후원 에이전트와 대화를 시작하기로 눌렀을 때 원래 대화에서 무엇이 함께 넘어가는지, 혹은 아무것도 넘어가지 않는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후원 에이전트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는지도 적혀 있지 않고요. 데이터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자기 데이터가 광고에 어떻게 쓰이는지 통제한다는 한 줄이 있을 뿐입니다.
▸ 광고는 게재 전에 승인할 수 있는 산출물이었습니다
엔지니어 독자에게 이 발표가 실제로 일이 되는 대목은 여기입니다. 배너든 텍스트든 영상이든, 광고는 지금까지 만들어 놓고 눈으로 확인한 다음 승인할 수 있는 고정된 산출물이었습니다. 후원 에이전트는 그렇지 않아요. 이용자가 무엇을 말하느냐에 따라 문장이 그 자리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광고주가 승인하는 대상이 완성된 광고물에서 그 광고물을 만들어 내는 규칙으로 옮겨 갑니다. 시스템 프롬프트, 답하지 않을 질문의 목록, 넘겨도 되는 정보와 넘기면 안 되는 정보의 구분, 잘못 말하는 경우를 미리 잡아내는 평가 세트, 대화 로그의 보존 기간과 열람 권한... 심의하는 업무가 검증하는 업무로 바뀝니다.
물론 그 문장들의 책임이 모델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하게 할지를 정하는 쪽은 광고주와 그 광고주의 에이전트를 설계한 사람들이고요. 배너 시절에도 그 판단은 사람이 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 판단이 게재 전 한 번이 아니라 대화마다 실행된다는 점입니다.
후원 에이전트는 아직 미국에서만 시험 중이라 한국 화면에는 없습니다. 순서가 이렇게 정해졌으니 우리는 광고가 먼저 들어오고 대화 상대가 나중에 들어오는 쪽을 보게 되겠죠. 이 발표가 보여주는 것은 ChatGPT에서 광고를 걷어내자는 결론이라기보다, 광고가 대화의 형태를 갖추면 검수와 동의와 기록의 설계도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사실이긴 해요. 지금은 이용자가 자기 사정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분리를 지켜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번거로움을 없애면 광고는 더 잘 팔릴 겁니다. 그럼에도, 우린 편해지는 광고와 분리된 대화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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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OpenAI 사무실이 있는 파이어니어 빌딩(샌프란시스코) — Wikimedia Commons, Ha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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