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를 위한 이야기 공장 AI 기술에 인문학의 온기를

필요한 것은 더 큰 연산이 아니라 더 많은 책상이었습니다 : 오픈AI와 맥미니

필요한 것은 더 큰 연산이 아니라 더 많은 책상이었습니다 : 오픈AI와 맥미니

에드윈 링크가 먼저 손에 익힌 기술은 비행이 아니라 오르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뉴욕주 빙엄턴에서 운영하던 회사는 피아노와 오르간을 만드는 곳이었고, 링크는 그 공장에서 풀무와 밸브와 펌프를 만지며 자랐습니다. 오르간은 바람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죠. 풀무가 공기를 밀어 넣으면 밸브가 그 흐름을 갈라 파이프로 보냅니다. 링크는 그 부품들을 그대로 떼어다가, 나무 받침 위에 얹은 짧은 동체를 앞뒤로 기울이고 좌우로 굴리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1929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 물건을 처음 사 간 곳은 군대가 아니었습니다. 놀이공원이었습니다.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당기면 상자가 기우뚱하는 경험을 파는 오락기구로 나갔죠. 이것을 훈련 장비로 사들인 첫 고객은 1934년의 미 육군항공대였고, 처음 주문한 수량은 6대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행을 가르치는 장치가 항공기 공장이 아니라 오르간 공장의 기술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조종사를 길러내는 데 모자랐던 것이 더 좋은 비행기가 아니라 더 많은 훈련석이었다는 것이고요. 하늘에 띄울 수 있는 기체 수와 옆자리에 태울 수 있는 교관 수가 훈련 속도의 상한을 정하고 있었는데, 링크의 상자는 그 상한을 지상에서 늘렸습니다. 성능이 아니라 개수의 문제였던 셈이죠.

링크 트레이너. 비행을 가르치는 데 필요했던 것은 더 좋은 비행기가 아니라 더 많은 훈련석이었습니다.
링크 트레이너. 비행을 가르치는 데 필요했던 것은 더 좋은 비행기가 아니라 더 많은 훈련석이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현지 시각 8월 31일 월요일, The Information이 오픈AI가 최근 수개월 동안 맥미니와 맥스튜디오를 수만 대 규모로 사들였다고 단독으로 전했습니다. 용도는 강화학습, 그중에서도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computer-use agent)를 가르치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사들인 기기들은 디스플레이도 키보드도 없이 오픈AI 인프라 안에서 전용 머신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앤트로픽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방식이 다릅니다. 사지 않고 AWS를 통해 맥미니를 빌려 씁니다. AWS의 맥 인스턴스는 2020년부터 있던 정식 상품이고요.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오픈AI도 애플도 앤트로픽도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정확한 대수도, 맥미니와 맥스튜디오의 비율도, 금액도, 계약 조건도 공개된 것이 없습니다. 수만 대라는 표현부터가 The Information의 것입니다. 그러니 아래 이야기는 그 보도가 사실이라는 전제 위에서 읽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보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프런티어 랩의 지출이 처음으로 연산량이 아니라 기기 대수로 이야기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 업계의 인프라 뉴스는 GPU 몇만 장, 데이터센터 몇 기가와트, 조 단위 계약이었죠. 그런데 컴퓨터를 쓰는 법을 가르치는 대목에 오니 필요한 것이 더 큰 연산이 아니라 더 많은 책상이었습니다.

▸ 강화학습의 점수는 실제로 창을 열고 버튼을 누른 결과에서만 나옵니다

이유는 이 학습이 채점되는 방식에 있습니다.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의 강화학습은 문서를 잔뜩 읽혀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에이전트를 실제 데스크톱 화면 앞에 앉히고, 과제를 주고, 창을 열고 메뉴를 뒤지고 버튼을 누른 결과를 보고 점수를 매긴 다음, 더 잘하도록 모델을 고치는 순환입니다. 점수는 화면에서만 나옵니다. 파일이 정말 저장됐는지, 양식이 정말 제출됐는지가 정답지죠. 그래서 학습을 하루에 몇 번 돌릴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동시에 켜 둘 수 있는 데스크톱 개수가 됩니다. 한 대에서 백 번 돌리는 것보다 백 대에서 한 번씩 돌리는 편이 낫고, 그러면 필요한 것은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대수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과제 하나를 받으면 에이전트는 화면을 캡처하고, 다음 동작을 정하고, 커서를 옮기고, 바뀐 화면을 다시 캡처합니다. 이 한 걸음마다 창이 그려지기를 기다려야 하고, 앱이 뜨기를 기다려야 하고, 저장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죠. 사람이 쓸 때와 똑같은 속도로 시간이 흘러갑니다. 게다가 시도의 상당수는 실패로 끝나고, 실패한 뒤에는 화면을 처음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다음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다리는 시간은 연산을 빠르게 해서 줄일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줄이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뿐이고, 옆에 기계를 한 대 더 놓는 것입니다.

오픈AI가 이쪽에 공을 들여 온 내력도 짧지 않습니다. 2025년 1월 브라우저를 대신 조작해 주는 Operator를 리서치 프리뷰로 내놨고, 그해 7월 그 기능을 ChatGPT agent로 합치면서 8월 말 Operator를 접었습니다. 올해 7월에는 업무용 제품인 ChatGPT Work와 클라우드 브라우저 쪽으로 이 계보를 다시 옮겼고요. 화면을 대신 다루는 능력을 몇 년째 제품의 한 축으로 밀고 있는 회사라면, 그 능력을 가르칠 화면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일이 다음 순서인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맥이 그 자리에 들어간 기술적 이유로는 통합 메모리(unified memory)가 자주 거론됩니다. 애플 실리콘은 CPU와 GPU가 같은 메모리 풀을 함께 들여다보는 구조라서, 모델과 운영체제 사이를 계속 오가는 작업에서 데이터를 복사해 옮기는 부담이 적습니다. 엔비디아 GPU는 비디오 메모리와 시스템 메모리가 나뉘어 있어 이런 왕복이 잦은 워크로드에서 병목이 생기죠. 데스크톱급 냉각을 갖춰 며칠씩 돌려도 견딘다는 점, 그리고 프런티어 랩의 장비 예산 기준으로는 한 대 값이 대단히 싸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서둘러 결론으로 건너뛰면 안 됩니다. 이것은 애플이 엔비디아를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전혀 아닙니다. 모델의 사전학습(pretraining)은 여전히 GPU 클러스터에서 일어납니다. 맥이 쓰이는 자리는 학습이 끝난 모델에게 컴퓨터 조작을 가르치는 강화학습 환경이라는, 좁고 특수한 한 칸입니다. 링크의 훈련 장치가 있었다고 해서 비행기가 필요 없어지지는 않았죠. 훈련석과 비행기는 다른 물건이고, 이 두 워크로드를 섞어 읽으면 틀린 그림이 나옵니다.

▸ 오픈AI의 주문은 애플 실적에서 소수점 아래입니다

보도가 나온 날 미국의 한 증권 매체는 애플이 갑자기 AI 인프라 종목이 됐다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근거로 붙은 것은 애플의 실적이었는데요. 애플이 SEC에 제출한 2026 회계연도 3분기 자료를 보면 맥 부문 매출이 104억 달러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29% 늘었습니다. 6월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고요. 같은 분기 회사 전체 매출은 1,094억 달러, 증가율은 16%였으니 맥이 회사 평균보다 빠르게 자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산수를 한번 해 보죠. 오픈AI가 산 수량을 5만 대로 잡고, 기종이 섞여 있으니 대당 2,000달러쯤으로 가정하면 1억 달러입니다. 넉넉하게 대당 3,000달러로 올려 잡아도 1억 5,000만 달러죠. 한 분기 맥 매출 104억 달러에 견주면 1% 안팎, 후하게 잡아도 1.5% 언저리입니다. 대수도 단가도 공개된 적이 없으니 이 계산은 전부 가정 위에 세운 추정이고, 특히 대당 단가는 제가 임의로 넣은 숫자입니다. 다만 가정을 어지간히 바꿔도 자릿수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맥 매출을 29% 밀어 올린 힘이 오픈AI의 주문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은 이 대목이 걸려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게 됐습니다.)

그러면 이 뉴스가 의미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매출이 아니라 일정입니다. 8월 25일 애플이 신형 맥스튜디오와 맥미니를 발표했습니다. M5 Max와 M5 Ultra를 얹은 맥스튜디오가 각각 2,499달러와 5,499달러, 맥미니는 M6와 M5 Pro 구성으로 나왔고요. 애플이 한여름에 데스크톱을 발표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 라인은 대개 가을이나 봄에 자리를 잡죠. The Information은 예상보다 강한 기업 수요가 발표를 앞당겼다고 전했습니다. 출하는 9월 22일 예정이고, 통합 메모리를 512GB까지 올린 구성은 10월 말로 잡혀 있습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소수점 아래인데 제품 발표 시점은 앞당겨진 셈입니다.

애플은 신형 맥스튜디오의 AI 성능이 최상위 구성 기준으로 전작 대비 최대 4.3배 좋아졌다고 밝혔는데요. 회사가 스스로 잰 수치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는 워크로드에서는 그 배수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대가 몇 배 빨라지는 것보다 몇 대를 나란히 세울 수 있는지가 학습 속도를 정하니까요. 성능 지표와 필요한 물건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드문 경우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얹으면 그림이 얄궂어집니다. 애플은 서버 시장에서 이미 손을 뗀 회사입니다. 랙에 넣는 서버였던 Xserve는 2011년에 단종됐고, 서버용 운영체제 개발도 2022년에 접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상대하지 않기로 정리한 회사의 데스크톱이 지금 데이터센터로 실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링크가 놀이공원에 팔던 상자를 육군항공대가 사 간 것과 구조가 같습니다. 만든 쪽이 의도한 용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요.

맥미니. 디스플레이도 키보드도 없이 랙에 쌓이는 순간 이 상자는 다른 물건이 됩니다.
맥미니. 디스플레이도 키보드도 없이 랙에 쌓이는 순간 이 상자는 다른 물건이 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 사는 것 말고 빌리는 길도 이미 있습니다

물론 소유가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앤트로픽은 같은 종류의 작업을 AWS에서 빌린 맥으로 처리합니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두 회사가 같은 필요를 두고 다른 방식을 골랐다는 점은 그 자체로 볼 만합니다. 사면 처음에 목돈이 들지만 오래 돌릴수록 한 대당 비용이 내려가고, 빌리면 필요할 때 늘렸다 줄일 수 있죠.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이 학습이 몇 년짜리 일인지에 달려 있겠고요. 그러니 이번 보도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프런티어 랩이 맥을 사야 한다는 데까지가 아니라, 이런 학습에는 물리적인 기기 풀이 필요하다는 데까지입니다. 그 풀을 사서 채울지 빌려서 채울지는 그다음 선택이죠.

물론 맥만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를 가르치는 환경으로는 리눅스와 윈도우 가상머신을 대량으로 띄운 팜이 이미 널리 쓰입니다. 맥이 따로 필요해지는 것은 macOS 위에서 도는 앱을 다루는 능력을 가르칠 때고, macOS는 가상화에 제약이 있어 기계 한 대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 수가 리눅스만큼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기기 대수가 그대로 상한이 되는 것이고요.

애플이 발표를 앞당긴 이유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메모리 조달 사정이나 신형 칩의 양산 일정처럼 다른 설명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기업 수요 때문이라는 것은 The Information이 붙인 해석 하나입니다. 참고로 애플은 이 보도 다음 날인 9월 1일 존 터너스 신임 CEO 체제로 들어갔는데요. 두 사건 사이에 인과는 없습니다.

▸ 커리큘럼에 없는 화면은 에이전트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고리가 하나 더 걸려 있습니다. 맥미니의 가격표입니다.

2024년 10월에 나온 M4 맥미니는 메모리 16GB에 저장장치 256GB 구성이 599달러였습니다. 그 뒤 올해 5월에 256GB 구성이 시작가에서 빠지면서 한 번, 6월에 상위 구성이 오르면서 다시 한 번 가격표가 움직였고, 8월 25일 발표된 M6 모델에서는 같은 16GB·256GB 구성이 899달러가 됐습니다. 22개월 사이에 50% 오른 것이고, 인상분은 전부 최근 넉 달에 몰려 있습니다. 애플은 6월에 이 인상의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메모리 칩 부족입니다. 같은 기간 맥과 아이패드 전반에 15~25% 수준의 가격 인상이 있었고, 고사양 맥은 수개월째 품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모리가 부족한 이유는 AI 데이터센터가 그것을 대량으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AI에게 컴퓨터 쓰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오픈AI는 다시 맥미니를 수만 대 사러 옵니다. 값을 올린 원인이 값 오른 물건을 사러 오는 구조인데요. 이 고리의 맨 앞자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앉아 있습니다. 한국 독자에게 899달러라는 맥미니 가격표는 남의 나라 제품 소식이라기보다 국내 메모리 업체의 출하 상황을 비추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가격보다 더 오래 남을 문제는 다른 쪽에 있는 듯합니다. 무엇을 가르치느냐입니다.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 줄 알게 되는지는 어떤 화면 앞에 앉혀 놓고 가르쳤는지가 정합니다. 지금 그 화면은 macOS와 윈도우, 영어 인터페이스, 그리고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준 앱입니다. 브라우저와 스프레드시트, 메일과 캘린더 같은 것들이죠. 이 분야의 성적을 재는 벤치마크들도 대체로 그 범위 안에 있습니다.

한국 사무실의 화면은 그 목록에 거의 없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게 손을 본 그룹웨어, 결재선이 조직도를 따라 접히는 전자결재 화면, 탭이 수십 개로 갈라지는 ERP 화면, 한컴오피스로 작성한 문서, 그리고 절차를 하나씩 요구하는 관공서 웹사이트. 이 화면들은 영어권 학습 환경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커리큘럼에 없는 화면은 에이전트에게 존재하지 않는 화면입니다. 링크의 상자로 돌아가면, 그 훈련석이 가르친 것은 계기만 보고 나는 법이었습니다. 거기 앉았던 사람은 딱 그만큼을 익혔고요.

국내에서 AI 인프라 이야기는 거의 GPU를 몇 장 확보했는가로 표현돼 왔습니다. 그런데 에이전트에게 우리 업무 화면을 가르치려면 필요한 것은 그 종류의 연산만이 아닙니다. 우리 화면을 재현해 둔 환경과, 그 환경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채점할 수 있는 기준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국내에 들어오는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는 배운 적 없는 화면 앞에 앉게 되겠죠.

오픈AI가 맥미니를 정말 수만 대 샀는지는 회사가 확인해 주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확인된다 해도 그 수량이 애플 실적에 남기는 흔적은 크지 않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 보도가 알려준 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에이전트에게 실행을 가르치려면 실행할 기계가 물리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계에 어떤 화면을 띄워 두었는지가 에이전트가 다룰 수 있는 세계의 경계가 된다는 것이죠. 우리 화면은 누가, 어디서, 무엇으로 가르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픈AI #애플 #맥미니 #컴퓨터사용에이전트 #강화학습 #학습인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