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였습니다. OpenAI가 Cursor에 자사 모델 공급을 끊겠다고 통보한 직후, Cursor의 CEO인 마이클 트루엘이 X에 올린 숫자입니다. OpenAI 모델이 Cursor 사용자 트래픽에서 담당하는 비중이 약 5%라는 뜻인데요. 그는 세 달 뒤 Cursor 사용자의 OpenAI 모델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 유감이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OpenAI 팀과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이 사건은 이렇게 읽힙니다. 세계 최대의 AI 코딩 도구가 대표적인 모델 공급사에게서 잘렸다. 그런데 잘린 쪽이 직접 내놓은 숫자는 5%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크기가 이렇게까지 다르게 읽히는 경우는 흔치 않죠.
사실관계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난 6월 16일 SpaceX가 나스닥 상장 직후 Cursor의 모회사인 앤스피어(Anysphere)를 60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전량 주식 교환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타트업이 회사를 파는 거래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보도됐고요. 규제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8월 14일 인수가 종결됐고, Cursor는 신설된 SpaceXAI 부문 산하의 완전자회사가 됐습니다. 그로부터 14일 뒤인 8월 28일, OpenAI가 SpaceX에 계약 종료를 공식 통보하고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공개했습니다. OpenAI가 제시한 차단일은 11월 12일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OpenAI가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회사들이 계약을 위반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SpaceX가 자사 기술을 이용약관의 범위 안에서 사용하리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요. 근거로 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OpenAI와 맺은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는 것, 그리고 올해 4월 재판에서 머스크가 선서한 상태로 xAI가 OpenAI의 이용약관을 위반했음을 인정했다는 것. 두 회사 모두 지금은 SpaceX 산하에 있습니다. 물론 완충은 두었습니다. OpenAI는 개발자들이 최대한 오래 접근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약상 줄 수 있는 최대치의 통지 기간을 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 통보가 알려준 것은 차단의 크기가 아니라 그 전에 끝난 교체입니다
OpenAI는 입장문에서 두 회사의 협업 기간을 "거의 4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Cursor가 2022년에 시작했으니 이 회사가 존재해 온 시간의 거의 전부입니다. 그사이 Cursor의 연환산 매출은 지난해 11월 10억 달러, 올해 2월 20억 달러, 6월 초 40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로 불어났고요. 이렇게 커진 고객사 안에서 OpenAI 모델의 몫이 5%라는 사실은, 이번 통보가 아니었다면 바깥에서 알기 어려웠을 숫자입니다.
그 5%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면 사건의 성격이 조금 달라집니다. Cursor에서는 지난 5월 자체 모델인 Composer 2.5가 나온 뒤로 이 모델이 도구 안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모델이 됐습니다. 회사 대표가 직접 밝힌 사실인데요. 남은 자리는 Anthropic의 Claude와 Google의 모델, 그리고 xAI의 Grok 4.5와 4.6이 나누어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급이 끊긴 뒤에도 이 선택지들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통보가 세상에 알려준 것은 차단의 크기가 아니라 차단 이전에 이미 진행된 교체였습니다. 4년을 함께한 대형 고객사 안에서 자기 모델의 자리가 어디까지 좁아졌는지가 통보와 함께 공개된 셈이죠.
통보가 나온 그날 밤 Anthropic의 공동창업자인 톰 브라운은 X에 Cursor 안에서 Claude를 뒷받침할 컴퓨트를 늘리겠다고 썼습니다. Cursor를 "Sonnet 3.5 이후로 Anthropic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했고요. 커뮤니티에서는 컴퓨트가 방금 남아돌게 됐다는 농담이 돌았는데요. 공급사 한 곳이 빠지자 다른 공급사가 그 자리를 채우는 데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사람이 고르지 않는 5%는 5%가 아닙니다
그런데, 5%라는 숫자를 그대로 믿고 넘어가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트래픽 비중과 의존도는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Cursor 안에서 채팅이나 에이전트를 쓰다가 모델을 고르는 사람은 목록에서 다른 이름을 누르면 그만입니다. 개인 OpenAI API 키를 넣어 쓰는 방식도 있긴 한데, 이번 건에 대해 OpenAI가 예외를 두겠다고 밝힌 적이 없고 개인 키를 쓰더라도 그 트래픽은 결국 Cursor의 통합 지점을 지나갑니다. OpenAI가 끊겠다고 한 대상도 그 지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요. 유료 API 계정이 있다면 로컬에서 도는 채팅이나 에이전트는 이어질 수도 있지만, ChatGPT 구독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사람이 그때그때 고르지 않는 경로입니다. Automations와 Background Agents, 그리고 CLI 스크립트처럼 모델 ID를 설정에 박아 두고 돌아가는 것들에는 문서화된 우회가 없습니다. 다른 모델로 다시 지정하거나 Cursor 밖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죠. (실은 이 대목을 읽고 제가 쓰는 설정 파일을 다시 열어봤습니다.) 야간에 도는 파이프라인, 코드 리뷰 자동화, 배포 전 점검 스크립트가 여기에 걸립니다. 트래픽으로는 5%라 해도 그 5%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알아서 돌아가던 부분이라면, 그것을 쓰던 팀에게 이 통보는 5%짜리 소식이 아닙니다.
▸ 차단 사유는 기술도 가격도 아니라 지분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차단의 사유를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이 부족해서도, 가격이 맞지 않아서도,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회사를 누가 인수했는가였습니다. Cursor를 쓰는 개발자가 손댈 수 있는 변수가 하나도 없죠. 도구를 잘 골랐는지, 요금제를 잘 협상했는지, 코드를 잘 짰는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내가 쓰는 도구의 모회사가 어느 회사에 팔렸는가라는, 어떤 계약서에도 미리 적어 둘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지능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사례가 실제로 생긴 것입니다.
국내에도 Cursor를 팀 표준 도구로 정해 두고 쓰는 개발 조직이 적지 않습니다. 도구를 고를 때 검토 항목에 올라가는 것은 대개 성능과 보안, 그리고 요금이죠. 모델 공급 계약이 회사의 지분 구조 변화로 끊길 수 있다는 항목은 그 표의 어느 칸에 넣어야 할까요? 물론 이번 일이 자주 일어나는 사건은 아닙니다. 두 회사 사이의 오랜 다툼과 법적 절차가 배경에 깔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흔치 않은 일도 한 번 일어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검토 목록에 들어갑니다.
트루엘은 OpenAI 팀과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했고, 11월 12일까지는 두 달 반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고 예정대로 끊길 수도 있겠죠. 어느 쪽이 되든 확인해 둘 것은 남습니다. 모델을 갈아 끼우면 되는 부품처럼 다루려면 정말로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는지, 지금 쓰는 도구에서 모델 이름이 몇 군데에 적혀 있고 그중 사람이 고르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 한 번쯤 세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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