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2일 아침 9시, 마이크론 타오위안 공장 앞에 노조 간부 11명이 섰습니다. 24시간 파업이고 오늘 아침 9시에 끝납니다.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노조도 생산을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고요. 공장 안에서는 직원 3천여 명이 평소처럼 일하고 있고요. 마이크론의 대만 직원은 1만 5천 명이 넘고요.
숫자만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셈인데요.
그런데 이 노조가 내건 요구 하나가 눈에 걸립니다. 2026 회계연도 일회성 성과급으로 월급 83개월분을 달라는 것. 회사가 지난달 내놓은 안은 최대 68개월분이었고 직원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7년치에 가까운 연봉을 한 번에 달라는 요구에, 회사가 5년 8개월쯤을 제시했다가 거절당한 겁니다.
보통의 회사에서 이런 숫자가 오가면 협상이라기보다 결렬 선언에 가깝겠죠. 그런데 메모리 업계에서는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는 9월 3일에 끝났습니다. 매출이 1,332억 달러였습니다. 1년 전에는 374억 달러였고요. 3.56배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억 달러에서 993억 달러가 됐습니다. 10.17배죠. 영업이익률로 보면 26%에서 75%가 됐습니다.
매출은 3.56배인데 이익은 열 배. 여기가 오늘 같이 보고 싶은 지점입니다.
메모리 공장의 비용은 대부분 고정비입니다. 장비 감가상각, 클린룸을 돌리는 전력과 설비 유지, 그리고 사람. 이 비용은 웨이퍼를 한 장 더 뽑는다고 비례해서 늘지 않습니다. 추가로 드는 돈은 재료와 약간의 공정 비용 정도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이 작아요. 그래서 비트당 가격이 오르면 늘어난 매출이 거의 그대로 영업이익으로 쌓입니다. 공장도 사람도 작년과 거의 같은 상태에서 말이죠.

실리콘 웨이퍼. 이걸 한 장 더 뽑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은 공장 전체 비용에서 작은 몫입니다. 지난 회계연도에 마이크론의 매출은 958억 달러 늘었고, 총비용은 62억 달러 늘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임대료가 비용의 대부분인 가게를 떠올려 보시면 편합니다. 손님이 두 배가 돼도 월세는 그대로니 늘어난 매출이 거의 다 남습니다. 대신 손님이 반으로 줄어도 월세는 똑같이 나가고요.
그러니 83개월분이라는 숫자가 산술적으로 황당한 건 아닙니다. 공장을 더 짓지도 사람을 더 뽑지도 않은 1년 사이에 이익이 열 배가 됐으니까요. 그 몫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질문만 남은 겁니다.
다만 이 구조는 양쪽으로 똑같이 작동합니다.
올라간 이유와 내려갈 이유가 같거든요. 비트 가격이 꺾이면 줄어든 매출도 거의 그대로 이익에서 빠져나갑니다. 메모리 회사가 흑자에서 적자로 넘어가는 속도가 늘 그렇게 빨랐던 이유고요. 그래서 이런 협상에서 정말 봐야 할 것은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변동이고 어느 쪽이 고정이냐입니다.
그 기준으로 이번 주 타이중 합의를 보면 흥미로운 게 보입니다.
파업 전날, 마이크론은 더 큰 사업장인 타이중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조합원이 1만 1천 명쯤 되는 곳이라 이쪽이 사실상 본진이고요. 타오위안 노조는 2,335명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비밀유지 의무를 들어 설명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말합니다. 다만 마이크론 대만 회장 루둥후이(Donghui Lu)가 밝힌 항목은 이렇습니다. 기존 제도에 더해 분기별 이익연동 성과급을 새로 만들고, 기본급 구조를 조정하고, 교대 수당을 올리고, 유급휴가를 사흘 늘리고, 노동연금 기여율을 8%에서 10%로 올린다.
앞의 하나와 뒤의 넷은 성격이 다릅니다.
분기 이익연동 성과급은 이익이 사라지면 같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기본급과 수당, 연금 기여율, 휴가는 하강기에도 그대로 남아요. 노조가 요구한 것은 이익의 몫이었는데 합의된 것에는 이익과 무관하게 계속 나가는 돈이 섞여 들어간 셈이죠. 회사가 정점에서 변동 상여의 비율을 지키는 대신 영구적인 고정비를 내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측은 아닙니다. 합의 내용이 수치로 공개되지 않았으니 규모도 알 수 없고요. 다만 두 가지가 그 방향을 가리킵니다. 하나는 합의 항목 자체가 고정비 성격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문제를 먼저 겪은 쪽이 정반대로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대만 노조가 처음부터 기준으로 삼은 곳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삼성 노사는 올해 5월 DS부문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합의했죠. 기존 OPI 1.5%에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더한 구조이고, 10년짜리 제도로 못 박았습니다. 해외 기사들이 인용하는 "영업이익의 10.5%"가 이 중 뒷부분이고요.
그런데 여기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DS부문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넘어야 하고,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100조 원을 넘어야 지급합니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해에는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사이클을 아예 계약 안에 집어넣은 설계입니다.
그래서 메모리 원가나 가격을 전망해야 하는 자리에 계시다면, 기사 제목에 걸리는 비율만 보시면 곤란합니다. 10.5%든 12%든 15%든요.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그 비율이 조건부인가, 그리고 같은 협상에서 기본급과 수당처럼 이익과 무관한 비용이 함께 올라갔는가. 뒤쪽이 올라간 만큼 다음 하강기의 손익분기 가격이 올라갑니다. 손익분기가 올라가면 메모리 회사들은 더 일찍 감산을 결정하고요. 서버나 AI 인프라를 조달하는 쪽에서 보면, 2027~2028년에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예전 사이클만큼 깊이 내려오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11명이 하루를 서 있다가 오늘 아침 돌아가는 파업이고, 오늘 오후에 타오위안시 정부에서 협상이 다시 열립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메모리 세 회사가 모두 이익을 나누는 공식을 계약서에 적어 넣는 중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겠죠. 호황에 만든 공식이 불황을 어떻게 견디는지는 다음 사이클에나 알게 될 텐데, 그때도 그 공식을 설계한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커버 이미지: 마이크론 대만 타이중 공장 — Wikimedia Commons, Thingreenline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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