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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 밖에 쌓인 메타의 8,250억 달러

장부 밖에 쌓인 메타의 8,250억 달러

메타가 10월 22일 3분기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주석에 적힌 숫자 세 개를 더하면 8,250억 달러가 나옵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리스가 3,557억 달러, 취소할 수 없는 계약이 4,545억 달러, 조건부 클라우드 구매 약정이 147억 달러.

먼저 한 가지는 짚고 가죠. 메타가 "8,250억"이라고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블룸버그가 주석의 세 항목을 더해서 만든 값이고 다른 매체들이 그 합계를 받아 적었습니다. 석 달 전 보고서의 같은 세 항목을 더하면 6,430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의 재무상태표를 펴면, 운용리스 부채는 312억 달러입니다.

서명이 끝난 리스가 3,557억인데 장부에 올라간 것은 312억. 열 배가 넘게 차이가 나죠. 숨긴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리스 회계에는 '개시일'이라는 기준이 있어서요.

리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이 아니라, 빌려주는 쪽이 그 자산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내준 날에 장부로 들어옵니다. 그날이 되어야 쓸 권리는 자산으로, 내야 할 돈은 부채로 양쪽에 동시에 잡히죠. 사무실을 빌린다고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계약서에 서명한 날이 아니라 열쇠를 받아 들어가는 날부터 빚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메타가 서명해 둔 리스에는 아직 열쇠를 받을 건물이 없습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 관련 설비, 코로케이션(남의 데이터센터에 자리를 빌리는 것), 네트워크 설비. 보고서는 이것들이 2026년 남은 기간부터 2036년 사이에 차례로 개시되고 기간은 최대 30년이라고 적어 뒀습니다. 2031년에 들어갈 건물의 30년 리스에 오늘 서명해도 오늘 재무상태표에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습니다. 주석에 "아직 개시되지 않은 리스 3,557억 달러" 한 줄이 적힐 뿐이죠.

오리건주 프라인빌의 데이터센터 건물
오리건주 프라인빌의 데이터센터 건물

메타가 2011년에 지은 첫 데이터센터입니다. 이런 건물이 실제로 서고 열쇠가 넘어와야 리스가 장부로 들어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4,545억짜리 취소 불가 계약은 또 다른 이유로 장부 밖에 있습니다. 이건 리스가 아니라 구매 약정이라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기 전까지는 애초에 부채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둘은 서로 다른 규칙을 따라 같은 자리에 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4,545억의 내용을 읽어 보면 조금 뜻밖입니다. 보고서는 "대부분 제3자 클라우드 용량 계약과 서버·네트워크 설비 투자"라고 적었어요. 올해만 설비에 1,400억 달러 안팎을 쓰겠다는 회사가, 동시에 남의 클라우드 용량을 취소할 수 없는 조건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항목인 147억 달러짜리 약정에는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공급자가 그 용량을 다른 고객에게 팔 수 있으면 메타의 의무가 줄어든다는 것. 뒤집어 읽으면, 메타가 쓰지 않고 남겨 둔 자리를 아무도 사 가지 않으면 그 값은 메타가 낸다는 말이죠. 빈 자리의 위험을 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이 집니다. 나머지 4,545억에는 그런 단서가 적혀 있지 않고요.

여기서부터는 보고서에 없는 제 생각입니다. 한 분기 사이에 미개시 리스가 767억, 취소 불가 약정이 1,052억 늘었습니다. 석 달에 1,820억 달러어치를 더 묶어 둔 거죠. 이 속도가 수요를 계산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리를 먼저 잡으려는 경쟁에서 나온 것이라면, 수요가 빗나가도 되돌릴 방법이 없는 비용이 됩니다. 예측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서에 '취소 불가'라고 적혀 있고 되팔 수 있다는 조항은 147억에만 붙어 있다는 점이 그 가정을 떠받치고 있죠.

그래서 다음에 "어느 회사가 AI에 몇 조를 쓴다"는 기사를 보시면, 숫자를 세 칸으로 나눠 보시면 좋겠습니다. 올해 실제로 집행하겠다는 금액(메타는 1,350억~1,450억 달러), 이미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올라간 금액(312억), 그리고 주석에만 있는 약정(8,250억, 이 중 147억은 조건부). 크기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숫자들입니다. 그다음에 확인할 것은 그 약정이 취소 가능한지, 쓰지 않은 몫을 되팔 수 있는지 두 가지고요. 클라우드나 GPU 용량을 조달해 보신 분이라면 이게 남의 회사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계약서에서 바로 그 두 줄이 협상의 자리거든요.

3분기 메타의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억 달러였습니다. 영업으로 번 328억보다 설비에 쓴 349억이 많았던 거죠. 저커버그는 실적 발표에서 투자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장부에 없다는 건 아직 쓰지 않았다는 뜻이지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어서요. 다음 분기 주석이 어디까지 늘어나 있을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커버 이미지: 데이터센터 옥상의 냉각·공조 설비 — Wikimedia Commons, Rspark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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