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8월 6일,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가 alt.hypertext 뉴스그룹에 여덟 줄짜리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WorldWideWeb Project에 관심 있는 분들께." 그 여덟 줄 안에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의 첫 공개 공지가 들어 있었지요. 그날 그 게시물에 반응한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4년 뒤인 1995년, W3C가 설립되고 HTTP 1.0이 RFC 1945로 공식화되었을 때도 세상의 반응은 여전히 조용했습니다. "그게 대체 왜 중요해?"라는 질문에 정식 답이 돌아오기까지 또 몇 년이 더 필요했지요.
2026년 4월 2일부터 3일까지, 뉴욕 맨해튼의 한 컨벤션 홀에서 MCP 개발자 서밋(MCP Dev) Summit North America이 열렸습니다. 1,200명이 모였고, 95개가 넘는 세션이 병렬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구글(Google)이 공개한 A2AAgent-to-Agent 프로토콜이 드래프트(draft) 단계를 마치고 정식 버전 1.0을 출시합니다. 저는 이번 주를 'AI 에이전트의 HTTP가 켜진 주간'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조용한 주간이지만, 조용한 주간이었다는 점이야말로 이 사건의 역사적 무게를 닮았습니다.
▸ 두 개의 프로토콜이 무엇이길래
여러분 중 일부는 'MCP'나 'A2A'라는 용어를 여러 번 들으셨을 것이고, 일부는 여전히 낯설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해드리면 이렇습니다.
MCPModel Context Protocol은 2024년 11월 앤트로픽(Anthropic)이 공개한 오픈 표준입니다. AI 모델 하나가 외부의 도구·데이터·파일·업무 시스템과 대화하는 방법을 정해 놓은 규약이지요. 책의 비유를 빌리자면, 모델이라는 두뇌가 여러 장기 기관을 부리기 위해 필요한 '신경계의 문법'입니다. MCP는 2025년 12월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 산하 에이전틱 AI 재단(AAIF): Agentic AI Foundation에 기부되면서 한 회사의 프로토콜이 아니라 업계 공통의 약속이 되었습니다.
A2A는 구글이 2025년 4월 클라우드 넥스트(Cloud Next)에서 공개한 규약으로, 초점이 다릅니다. MCP가 "모델과 도구 사이의 대화"라면 A2A는 "에이전트와 에이전트 사이의 대화"입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에이전트가 오픈(AI)의 에이전트와 말이 통하게 하는 규약, 혹은 아마존의 사내 에이전트가 우버의 사내 에이전트와 안전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규약이지요. 지난 1년 동안 드래프트로 운용되던 이 규약이 이번 주 1.0 버전으로 안정화됩니다.
이 두 프로토콜의 관계는 세포의 신경계와 개체 간 언어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MCP는 한 개체 안에서 두뇌가 손과 발을 움직이는 신호 체계이고, A2A는 서로 다른 개체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 쓰는 언어이지요. 한 층은 내부 배선, 한 층은 외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 뉴욕 서밋에서 본 가장 흥미로운 장면
지난 월요일 MCP 서밋에 참석한 지인이 현장에서 보내준 요약을 읽으며 저는 한 장면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사흘째 오후의 번외 세션이었는데, 무대에 올라온 이들이 모두 서로 경쟁 관계인 회사의 엔지니어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앤트로픽·구글·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AWS·메타(Meta)의 표준 담당자 다섯 명이 한 자리에 앉아, 각자의 MCP 구현에서 어떤 호환성 문제를 발견했고 어떻게 합의했는지를 차례로 발표했지요. 박수가 터진 대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문장이었습니다. "우리 구현과 경쟁사 구현이 달라서 문제가 생겼는데, 결국 경쟁사 쪽이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1990년대 중반 W3C의 초기 회의 풍경과 꼭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넷스케이프(Netscape)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로의 브라우저 엔진을 두고 싸우던 한복판에서, CSS와 HTML의 표준을 함께 적어 내려간 엔지니어들은 때로 자기 회사의 이익과 반대되는 결론에 서명해야 했습니다. 그 서명이 결국 웹이라는 거대한 공유지를 가능하게 만들었지요.
!뉴욕의 컨벤션 홀 복도에서 사람 없이 켜진 세션 안내 전광판
▸ 숫자가 말해주는 채택의 가속
프로토콜이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합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쓰이고 있어야 합니다. 이 조건이 지금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운 수치들이 보입니다.
MCP는 2025년 11월 기준 누적 월 다운로드가 9,700만 회를 넘었습니다. 파이썬(Python SDK)와 타입스크립트(TypeScript SDK)를 합산한 숫자입니다. 그 뒤로도 성장 곡선은 꺾이지 않았고, 2026년 1분기에는 월간 다운로드가 1억 회를 넘었다는 추정이 돌고 있습니다. 정확한 공식 수치는 리눅스 재단의 다음 분기 보고에서 확인될 예정이지만, 방향은 분명하지요.
A2A는 아직 드래프트 단계여서 MCP와 같은 광범위한 배포 수치를 내세우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2025년 한 해 동안 구글·세일즈포스(Salesforce)·어도비(Adobe)·인튜이트(Intuit) 등 50여 개 기업이 드래프트 구현체를 자사 제품에 실어 출시했다는 사실은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번 4월의 1.0 릴리즈는 이 드래프트 구현체들이 '프로덕션 환경에서 장기간 운용해도 된다'는 공식 보증이 붙는 순간입니다.
▸ 표준의 값어치는 '싸움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된다
저는 표준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 이 문장을 자주 떠올립니다. 표준의 진짜 값어치는 그것이 등장한 뒤로 줄어든 싸움의 총량으로 측정된다. USB가 등장하기 전, PC 주변기기의 케이블 종류는 열 가지가 넘었습니다. 프린터 포트, 시리얼 포트, PS/2 포트 — 그 각각의 호환성 다툼에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 시간이 사라졌는지 셈하기 어렵지요. USB가 모든 것을 한 포트로 정리해준 뒤, 우리는 그 시간을 다른 일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MCP와 A2A가 지금 하는 일도 같습니다. 이 프로토콜들이 없었다면 앞으로 수년간 모든 AI 스타트업은 자사 에이전트를 다른 회사의 도구와 연결할 때마다 맞춤 커넥터를 다시 짜야 했을 것입니다. 그 시간, 그 비용, 그 피로를 줄여주는 것이 표준의 소박하지만 가장 확실한 기여입니다.
!공중에서 교차하는 두 줄기 빛 케이블이 하나의 매듭으로 묶이는 클로즈업
▸ 한국에서 이 주간을 읽는 방법
한국의 CIO와 AI 담당자 분들께 이번 주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국내 도입 시 '특정 벤더 잠금(vendor) lock-in'의 리스크가 줄어드는 국면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지난 2~3년 동안 기업 AI 도입의 가장 큰 고민은 "이 벤더에 묶이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불안이었습니다. 표준이 잡히면 이 불안이 줄어듭니다. 벤더가 바뀌어도 에이전트 간의 대화 규약은 유지되기 때문이지요. 둘째, 한국 기업이 표준 제정 테이블에 앉을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AAIF에 참여하는 것은 국내 AI 주권 담론의 가장 실질적인 실천일 수 있습니다. 국가대표 모델을 선발하는 일보다, 표준 문서의 한 문장을 한국어 사용 환경에 맞게 제안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 조용한 주간이라는 무게
여러분, 1991년 여덟 줄짜리 뉴스그룹 게시물이 오늘의 웹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듯, 2026년 4월의 이 조용한 주간이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는 지금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적어두고 싶습니다. 기술의 역사에서 조용한 주간이 가장 강력한 주간이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박수가 터지는 발표보다, 표준 문서의 조항 하나가 세상을 더 오래 바꿔왔다고.
다음 달, 혹은 다음 분기에 여러분의 회사가 "우리도 에이전트를 도입해볼까"라는 회의를 여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회의의 결론이 무엇이 되든, 이 주간에 조용히 켜진 두 개의 표준등을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그 등불 아래에서만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의 언어를 알아듣고 일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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