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를 위한 이야기 공장 AI 기술에 인문학의 온기를

셋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았습니다 : 싸진 것은 만드는 값뿐입니다

셋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았습니다 : 싸진 것은 만드는 값뿐입니다

견적서를 받아 본 사람은 압니다. 거기 적힌 숫자가 그 물건에 들어갈 돈의 전부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요. 자동차를 사면 보험료와 정비비가 따라오고, 집을 사면 관리비와 수선비가 따라옵니다. 그래서 살림을 오래 해 본 사람일수록 값을 물을 때 사는 값이 아니라 굴리는 값을 먼저 묻지요.

소프트웨어는 이 감각이 유독 늦게 자리 잡은 분야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감각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흐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말, 맥킨지가 「The State of AI in 2026」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97개국에서 1,719명이 답했고, 조사는 올해 5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진행됐는데요. 여러 숫자 가운데 업계가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이것입니다. 응답 조직의 32%가 소프트웨어 제품이나 기능을 최소 한 건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사내에서 코딩 에이전트로 직접 만들 수 있어서.

맥킨지의 시니어 파트너인 리번 판 데르 베컨은 "리더들은 조직이 AI 도구를 직접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코딩 에이전트와 사내 개발의 부상은 이 광범위한 전환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기술 업계가 41%로 가장 높고, 보험이 19%, 공공 부문이 17%로 낮은 편입니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데 익숙한 조직일수록 사지 않기를 택했다는 뜻이겠죠.

숫자만 놓고 보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오랜 질문 하나가 뒤집힌 것처럼 보입니다. 만들 것인가 살 것인가. 지난 이십 년 동안 이 질문의 답은 대체로 사는 쪽이었습니다. 잘 만든 물건을 월정액으로 빌려 쓰는 편이 사람을 뽑아 만드는 것보다 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딩 에이전트가 그 계산을 흔들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같은 보고서 안에 다른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AI가 영업이익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고 답한 조직은 37%였는데요. 맥킨지는 이 수치를 두고 "1년 전과 사실상 변화가 없다"고 적었습니다. 만드는 조직은 늘었는데, 버는 조직은 늘지 않은 셈입니다.

▸ 성공률은 정확히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지난해 나온 조사 하나를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MIT의 연구 프로젝트인 난다(Project NANDA)가 2025년 7월에 낸 「The GenAI Divide」 보고서입니다.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이 아니어서 방법론을 두고 말이 많았던 자료입니다만, 물어본 질문 자체는 지금 다시 볼 만합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그레이트 돔. 기업 생성형 AI의 성패를 추적한 「The GenAI Divide」 보고서가 이곳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그레이트 돔. 기업 생성형 AI의 성패를 추적한 「The GenAI Divide」 보고서가 이곳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공개된 기업 생성형 AI 도입 사례 300여 건을 검토하고 인터뷰 52건과 설문 153건을 더한 조사였는데요. 기업들이 생성형 AI에 300억~400억 달러를 쓰는 동안 약 95%가 손익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얻지 못했다는 결론으로 널리 인용됐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덜 인용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사내에서 직접 만든 도구가 정식 배포까지 간 비율은 약 33%, 외부 벤더와 손잡고 들인 도구는 약 67%. 보고서 표현으로는 두 배 차이이고, 지금 32%의 기업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과는 정반대입니다.

난다 연구진이 짚은 이유는 벤더의 기술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었습니다. 살아남은 것은 특정 업무 흐름에 깊이 파고든 도구였고, 성과를 낸 조직은 벤더를 월정액 공급처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대하며 그 수준의 통합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사내에서 급히 만든 파일럿이 대개 건너뛰는 부분이 바로 거기였고요. 다시 말해 성패를 가른 변수는 코드를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뒤에 오는 일을 감당했느냐였습니다.

▸ 에이전틱 코딩이 무너뜨린 것은 전체 비용의 앞쪽 일부입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에는 오래된 정설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시스템의 생애 전체를 놓고 보면 최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비용의 20~40% 안팎이고, 나머지 60% 이상이, 길게 잡은 연구에서는 80~90%까지가 유지보수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연구마다 편차는 큽니다만 방향은 한결같습니다. 요구사항이 바뀌고, 연동하던 외부 시스템이 스펙을 바꾸고, 규제가 생기고, 만든 사람이 퇴사합니다. 처음 작성하는 코드는 그 시스템이 평생 치를 값 중에 가장 싼 부분이었습니다.

코딩 에이전트가 실제로 무너뜨린 것이 어느 쪽인지 생각해 보면 답은 분명합니다. 앞의 20~40%입니다. 뒤에 남은 60% 이상은 거의 그대로 있고요. 그런데 구매를 건너뛰겠다는 판단은 대개 앞쪽 숫자가 작아진 것을 보고 내려집니다. 이틀 만에 동작하는 물건이 나오면 결재선이 설득되기 때문입니다. (실은 이것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내에서 급히 만들어 잘 쓰다가 담당자가 부서를 옮긴 뒤로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도구를, 저도 여러 번 봤습니다.)

물론 만들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맥킨지 조사에서 가장 잘하는 집단이 가장 많이 만들고 있었는데요. 영업이익의 5% 이상을 AI에 귀속시키는 고성과 기업은 전체의 6%인데, 이들 중 거의 절반이 구매를 건너뛴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기업은 31%였고요. 다만 이 차이를 읽는 방향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들 수 있어서 잘하게 된 것인지, 잘하는 조직이라 만든 뒤에도 굴릴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숫자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미 AI 운영 비용에 압박을 느낀다고 답한 조직이 20%라는 점을 같이 놓고 보면, 후자 쪽이 더 그럴듯해 보이고요.

▸ 유지보수 요율을 계산해 온 시장에서는 오히려 익숙한 질문입니다

한국 시장에는 조금 다른 각도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 소프트웨어는 오랫동안 구축과 유지보수를 나누어 계약해 왔습니다. 시스템을 하나 구축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유지보수 요율을 따로 계산해 해마다 예산에 올려 왔지요. 이 관행은 여러 비판을 받아 왔지만, 적어도 만드는 값과 굴리는 값이 다른 항목이라는 사실만큼은 실무자들에게 몸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내 개발을 늘리려는 조직이라면 그 감각을 지금 다시 꺼내 쓸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구매를 건너뛰기로 결정할 때, 견적서에서 아낀 금액 옆에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물건을 누가 어떤 예산으로 돌볼지를 같이 적어 두는 것입니다. 원래 구축비의 15~25%를 해마다 운영비로 잡는 어림셈이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데, 이 정도만 나란히 놓아도 판단은 꽤 달라집니다.

만드는 값은 정말로 싸졌습니다. 이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없고, 앞으로 더 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구매를 건너뛰는 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겠죠. 다만 그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서 견적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삼 년 뒤의 운영 예산까지 함께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

*커버 이미지: CERN 데이터센터 서버실 — Wikimedia Commons, Hugovanmeijeren*

#맥킨지 #에이전틱코딩 #SaaS #기술부채 #유지보수 #엔터프라이즈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