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전기요금 고지서를 누가 받게 되는지, 예전에 한 번 다룬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답이 없었습니다. 미국 하원이 9월 16일 그 질문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찬성 417, 반대 3이었어요.
법안 이름은 요금 납부자 보호법(Ratepayer Protection Act, H.R. 9340)입니다. 발의자는 공화당 소속 콜로라도주 하원의원 게이브 에번스와 민주당 소속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입니다. 6월에 냈고 7월에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를 52 대 0으로 통과했습니다. 본회의에서 반대한 세 명을 빼면 사실상 만장일치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부지나 한 캠퍼스에서 최대 100메가와트 이상을 쓰는 고객, 그러니까 정의상 대형 데이터센터를 겨냥해서 그 부하를 감당하려고 새로 지어야 하는 발전 설비와 송전선, 배전 설비의 증분 비용 전부를 물린다는 것입니다. 그 고객이 나중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전기를 그만 사 가더라도 이미 들어간 투자비는 회수하도록 했고요. 에번스는 이 법안이 "대형 데이터센터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면서, 각 주가 지역사회에 무엇이 최선인지 스스로 판단할 유연성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Varistor60*
여기까지만 읽으면 답이 정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법안이 실제로 하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 주에 지워진 의무는 채택이 아니라 검토와 결정입니다
법안은 1978년에 만들어진 공공유틸리티규제정책법(PURPA) 111조에 새 연방 표준 하나를 끼워 넣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PURPA의 연방 표준이 주에 요구하는 것은 채택이 아니라 검토와 결정이에요. 법 시행 후 1년 안에 각 주 규제기관이 검토를 시작하거나 심리 기일을 잡고, 2년 안에 검토를 끝내고 결정을 내리면 됩니다. 검토를 마친 뒤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도 그 결정에 포함됩니다. 보도된 범위에서 법안은 주가 채택을 거부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는 따로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417 대 3으로 모인 합의는 데이터센터가 비용을 낸다는 데까지 간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50개 주가 각자 공식 안건으로 올려 심의하라는 데까지 간 것입니다. 연방 의회가 정한 것은 요금 규칙이 아니라 심의의 기한이고요. 실제로 소매 요금을 정하는 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주 공익사업위원회입니다.
다만 이 법이 상징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에너지 정책 분석회사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이 법이 이미 여러 주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부하 요금제 흐름을 "대체로 강화"하는 쪽이라고 봤습니다. 공식 심의는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은 나중에 요금 소송과 계약 협상에서 근거가 됩니다. 물론 같은 회사는 이 법이 규제 흐름보다 다소 뒤처져 있다고도 했어요. 이미 24개 주에 비슷한 장치가 있으니까요. 더 정확한 표현은, 연방이 답을 대신 정한 것이 아니라 답을 정할 자리와 기한을 못 박았다는 쪽이겠죠.
▸ 하루 만에 상원에서 막혔고, 막은 이유가 바로 그 대목이었습니다
이게 제 과한 해석이 아니라는 것은 하루 뒤에 드러났습니다. 9월 17일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존 허스티드가 이 법안을 만장일치 동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요청했습니다. 표결 없이 통과시키는 절차죠. 뉴멕시코주 상원의원 마틴 하인리히가 그 자리에서 반대했고, 법안은 그대로 멈췄습니다.
하인리히가 댄 이유는 이렇습니다.
"주에 데이터센터가 계통 증설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발적 서약이나 주에 대한 권고가 아니라, 의회가 실효성 있는 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검토하라고만 했다는 것, 그것이 하원에서 417표를 모은 이유이기도 하고 상원에서 하루 만에 막힌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인리히는 곧바로 자신이 8월에 낸 대안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자고 맞받았습니다. 주에 검토를 맡기는 대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대규모 부하의 계통 연계 관할권을 주고, 150메가와트 이상을 쓰는 시설이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며, 시설이 문을 닫더라도 지불을 보증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가 반대했고요. 그렇게 두 법안 모두 그 자리에서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다만 법안이 끝났다고 볼 일은 아닙니다. 무산된 것은 이번 만장일치 동의 요청이지 법안 자체가 아니고, 허스티드도 "오늘 기회를 놓친 것은 유감이지만 이 문제를 다시 들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상원이 곧 워싱턴을 비우는 일정이라 11월 중간선거 전에 처리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정도입니다.
허스티드가 그 자리에서 한 말도 같이 적어 둘 만합니다. 미국인들이 "의료에서 제조업, 교육에서 농업, 국방과 기본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센터의 연산 능력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갈린 두 사람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전제에서는 갈리지 않았습니다.
반대표 세 개의 방향도 같이 읽어야 합니다. 서머 리(펜실베이니아), 델리아 라미레스(일리노이), 라시다 털리브(미시간) 세 의원인데 전부 민주당입니다. 털리브는 "지금 의회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데이터센터 전국 모라토리엄을 통과시키고 연방 토지에서의 건설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원의 세 표도, 상원에서 이 법안을 멈춰 세운 한 표도, 법안이 너무 세서가 아니라 너무 약해서 나온 반대였습니다.
▸ 자발적 서약 187곳이 있었고, 성문화된 것은 심의할 의무였습니다
배경에 서약이 하나 있습니다. 백악관이 3월 4일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을 출범시켰고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오라클, xAI 일곱 곳이 먼저 서명했습니다. 7월 23일에는 187개 기관과 주지사 23명으로 불어났고요. 투자자 소유 전력회사 55곳, 전기협동조합과 공영전력 105곳, 데이터센터 개발사 27곳이 들어가면서 미국 가정과 기업에 공급되는 전력의 약 80%를 덮게 됐습니다. 약속 중에는 계약한 부하가 실제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협상한 요금은 지불한다는 항목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서약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고, 브루킹스연구소도 집행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기고의 결론도 서약을 실제 요금제와 비용 배분 규칙으로 옮기는 일은 결국 주 의회와 주 공익사업위원회, 주지사의 몫이라는 것이었고요. 하원 법안은 같은 공백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정작 법률로 성문화된 것은 비용 부담 규칙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심의할 의무였습니다.
▸ 결국 읽어야 할 것은 연방 법안의 진도가 아니라 각 주 위원회의 회의록입니다
숫자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미국 전기요금은 2019년 이후 약 27%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빠른 속도죠. 버지니아 13%, 일리노이 16%, 오하이오 12%처럼 데이터센터가 몰린 주들의 인상 폭은 전국 평균을 웃돈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다만 인상분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몫이 얼마인지를 떼어 낸 수치는 아닙니다. 연료비와 설비 교체, 송전망 노후화가 함께 얽혀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법안이 멈춘 자리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연방 입법의 진도라기보다 각 주 위원회의 회의록일 겁니다. 법이 시키지 않아도 여러 주가 이미 대규모 부하 요금제를 다루고 있고, 클리어뷰가 이 법안을 두고 기존 흐름을 강화하는 정도라고 본 것도 그래서고요. 실제로 읽을 것은 적용 기준을 몇 메가와트로 잡았는지, 최소 사용량 약정이 몇 년짜리인지, 계약을 조기에 해지했을 때 잔여 투자비를 어떻게 회수하는지, 계통 연계 대기열에서 누가 앞에 서는지 같은 항목들입니다. 전기를 쓰는 주체는 모델이 아니라 그 계약서에 서명하는 회사고요.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지는 앞으로도 계속 얘기가 나오겠죠. 그 자리의 요금표를 누가 어떤 기록을 남기며 정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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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미국 하원 본회의장 — Wikimedia Commons, United States House of Represent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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