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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에 올라간 TPU는 15분 돌고 멈춥니다 : 제약이 전력에서 열로 옮겨 갔습니다

궤도에 올라간 TPU는 15분 돌고 멈춥니다 : 제약이 전력에서 열로 옮겨 갔습니다

전력 1킬로와트. 가정용 헤어드라이어 한 대가 쓰는 정도입니다. 구글이 현지시각 10월 1일 궤도에 올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제품이 쓸 수 있는 전력의 전부예요.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9이 떴습니다. 페이로드 130기를 한꺼번에 태운 Transporter-18 라이드셰어 임무였는데요. 그중 하나가 구글과 플래닛(Planet)이 같이 만든 냉장고만 한 위성입니다. 이름은 MVP예요. 안에는 구글이 설계한 TPU 네 개가 들어 있고, 세대는 트릴리움(Trillium), 그러니까 Cloud TPU v6e입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발사 엿새 전 X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 TPU가 우주에서 살아남아 동작할 수 있을까요? 자, 이제 알아보려 합니다."

이 위성은 선캐처(Suncatcher)라는 구글의 장기 구상이 처음으로 실제 물건이 된 조각입니다. 구상 자체는 꽤 구체적이에요. 고도 650킬로미터의 새벽-황혼 태양동기궤도에 위성 81기를 반경 1킬로미터 안에 모아 두고, 서로를 레이저로 묶어 한 덩어리의 계산 자원처럼 쓰겠다는 설계입니다. 위성 사이 간격은 100~200미터고요. 이 궤도를 고르는 이유는 태양전지판이 거의 그늘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배터리를 싣지 않아도 되지요. 선캐처를 이끄는 구글의 트래비스 빌스(Travis Beals) 시니어 디렉터는 적절한 궤도에서라면 태양전지판 한 장이 지상의 같은 패널보다 5~8배 많은 전력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합니다.

위성 본체를 구글이 혼자 만든 것은 아닙니다. 함께 이름을 올린 플래닛은 지구를 찍는 소형 위성을 떼로 띄워 운용해 온 회사인데요. 작은 상자를 여러 개 같은 궤도면에 올려놓고 관리하는 일을 10년 넘게 해 온 쪽입니다. 81기를 1킬로미터 안에 유지하겠다는 구상에서 그 경험이 어느 쪽을 맡는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궤도에서 방출되는 플래닛의 소형 위성들
궤도에서 방출되는 플래닛의 소형 위성들

국제우주정거장의 방출 장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플래닛의 소형 위성. 작은 위성을 떼로 띄워 운용하는 것이 이 회사의 본업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이번에 올라간 MVP가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보도를 종합하면 이 위성의 TPU들은 짧은 Gemini 질의를 약 15분 동안 처리한 뒤 멈춥니다. 고장이 나서가 아니라 식히려고 멈추는 거예요. 라디에이터가 쌓인 열을 내보내는 동안 칩은 쉽니다. 임무 설계 수명은 1년 남짓이고, 위성은 6년쯤 궤도에 남아 있다가 대기권에 들어가 타 없어집니다.

여기서 냉각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한 번 짚고 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은 열을 공기나 물에 옮겨 실어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대류가 거저 해 주는 일이지요. 진공에는 그 공기도 물도 없습니다. 열이 나갈 수 있는 길은 복사 하나뿐이고, 복사로 버릴 수 있는 열량은 라디에이터의 면적과 온도가 정합니다. 전력은 태양이 거저 주는데, 그 전력이 칩을 지나 열로 바뀐 다음에는 내보낼 데가 마땅치 않은 겁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대형 라디에이터 패널
국제우주정거장의 대형 라디에이터 패널

국제우주정거장 바깥에 펼쳐진 흰색 라디에이터 패널. 뒤쪽의 주황색 태양전지판이 거둬들인 전력은 결국 이 패널을 통해서만 열로 빠져나갑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

▸ 숫자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 다만 입력 쪽 숫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숫자를 다시 읽어야 합니다. 태양광 5~8배는 틀린 수치가 아닙니다. 구글이 지상에서 양성자 빔을 쬐어 본 결과도 꽤 인상적이에요. 트릴리움 v6e는 15 krad(Si)까지 총이온화선량에 따른 하드 페일이 없었고, 차폐를 감안한 5년 임무 예상 누적선량은 750 rad(Si) 수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숫자는 틀리지 않았는데, 전부는 아닙니다. 입력 쪽 제약을 풀어 주는 궤도가 출력 쪽 제약은 오히려 조여 버립니다. 1킬로와트짜리 위성 하나가 15분마다 숨을 고르는 장면이 그 교환 조건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 줍니다.

사실 이번 발사는 생존 확인에 가깝습니다. 구글이 지상에서 동시에 재현할 수 없다고 밝힌 세 가지, 그러니까 발사 진동과 실제 워크로드를 돌리는 중의 방사선 노출, 그리고 라디에이터만으로 하는 열 배출을 한꺼번에 겪어 보는 것이지요. 진동 시험을 두고 빌스 시니어 디렉터는 이런 시험이 계획대로 되는 일은 드문데 하드웨어가 그 힘을 견뎌 줘서 기분 좋게 놀랐다고 했습니다.

▸ 진짜 시험은 내년입니다 : 아직 모자란 것은 대역폭입니다

구글은 플래닛과 함께 2027년 초까지 시제 위성 두 기를 더 올려 위성 간 레이저 링크를 시험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쪽이 더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81기를 반경 1킬로미터 안에 몰아넣는 설계는 위성을 넓게 퍼뜨리는 보통의 위성군이 아니라, 따로따로 나는 상자들을 묶어 한 대의 컴퓨터처럼 쓰겠다는 쪽에 가깝거든요. 그러려면 상자끼리 주고받는 대역폭이 랙 안쪽 배선에 준해야 합니다.

구글은 트랜시버 한 쌍으로 각 방향 800Gbps, 합계 1.6Tbps를 실증했다고 밝혔고 위성군 전체 목표를 수십 Tbps로 잡고 있는데요. 한 보도는 설계가 요구하는 수준을 10Tbps 안팎으로 보면서, 현재 상용 위성 간 링크가 1~100Gbps 대역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100배에서 1만 배 사이의 간격입니다. 실증된 1.6Tbps도 실험실 벤치에서 트랜시버 한 쌍으로 낸 숫자이지, 초속 7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날면서 100미터 간격을 유지하는 상자 여든한 개 사이에서 낸 숫자가 아닙니다.

▸ 이번 발사가 증명하는 것과 증명하지 않는 것

다만 이번 발사가 궤도 데이터센터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열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고요. TPU 네 개짜리 1킬로와트 시제품은 기가와트 단위로 이야기되는 지상 캠퍼스와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구글 자신도 남은 과제를 세 가지로 적어 두었는데, 열 관리와 고대역 지상 통신, 그리고 궤도상 시스템 신뢰성입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번에 확인되는 것이 이 설계가 성립하느냐가 아니라 하드웨어가 거기서 켜지기는 하느냐라는 훨씬 앞쪽의 질문이라는 쪽입니다.

비용 전제도 아직 가정입니다. 2030년대 중반에 발사 비용이 kg당 200달러 밑으로 내려온다는 전제가 깔려 있고, 그건 스타십이 설계대로 굴러가야 성립하는 숫자예요. 물론 방사선 시험 결과도 지상 양성자 빔 데이터이고, 팀이 정정 불가 오류율을 수용 가능하다고 본 범위는 추론 워크로드 기준입니다. 거기서 모델을 학습시키겠다고 말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이 지상의 엔지니어에게 주는 함의는 우주와 별 관계가 없습니다. 궤도는 두 가지 제약을 극단까지 밀어 놓은 시험장일 뿐이에요. 전력을 아무리 넉넉히 끌어와도 그 열을 버릴 수 없으면 거기가 상한이고, 가속기를 아무리 많이 모아 놔도 서로 말을 못 하면 그건 한 대의 컴퓨터가 아닙니다. 지금 지상에서 랙 밀도와 액체 냉각, 스케일업 패브릭 대역폭을 두고 벌어지는 논의가 정확히 같은 두 개의 벽입니다. 예전에 데이터센터 전기요금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전력은 그 둘 중 쉬운 쪽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AI 인프라 계획서를 볼 일이 있다면 가속기 대수 옆에 적혀 있어야 할 숫자가 몇 개 더 있습니다. 랙당 열 배출 용량, 냉각 방식, 노드 간 대역폭, 그리고 그 셋이 함께 정하는 실가동률이요. 구글이 궤도에서 보여 준 15분은 그 실가동률을 가장 노골적으로 적어 놓은 사례일 뿐입니다. 내년 두 기의 링크 시험 숫자가 나오기 전까지 궤도 데이터센터는 계산이라기보다 기대에 가깝겠죠. 그럼에도, 우린 전력이 공짜에 가까운 곳과 열을 버릴 수 있는 곳 사이에서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커버 이미지: 라이드셰어 임무를 싣고 오르는 스페이스X 팰컨 9 (Transporter-6) — Wikimedia Commons, U.S. Space Force / Joshua Co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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