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엔지니어를 위한 이야기 공장 AI 기술에 인문학의 온기를

구글, 지메일 연결하면 광고도 개인화

구글, 지메일 연결하면 광고도 개인화

구글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이 10월 16일 자로 개정됐습니다. 새로 들어간 문장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Search는 여러분이 Search에 접근을 허용한 데이터의 일부를 처리해 콘텐츠를 개인화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광고가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서 조용히 바뀐 문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끝나는 문장이었어요. "우리는 드라이브, 지메일, 구글 포토의 콘텐츠를 근거로 개인화 광고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10월 1일 자 방침까지는 여기가 마침표였습니다. 지금은 뒤에 한 마디가 붙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서비스들의 데이터를 개인화 광고를 지원하는 다른 구글 서비스에 쓸 수 있게 선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속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조건이 붙은 겁니다.

그 조건을 켜는 스위치가 Personal Intelligence입니다. 지메일이나 구글 포토 같은 앱을 연결해 두면 답변이 내 맥락을 참고해서 나오는 기능이죠. 1월에 미국에서 검색의 AI 모드로 시작해 5월에 200개 가까운 나라로 넓어졌고, 빠진 곳은 유럽경제지역과 스위스, 영국, 나이지리아입니다. 제외 목록에 한국은 없습니다. 기업·교육용 Workspace 계정도 대상이 아니라서, 지금 이야기는 전부 개인 계정 얘기고요.

그러면 연결을 켰을 때 광고 쪽으로 실제로 넘어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메일 본문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받은 항공권 예약 확인 메일 한 통을 떠올려 보죠. 광고 시스템이 그 메일을 펼쳐 놓고 거기에 맞는 광고를 찾는 그림이 떠오르기 쉬운데요. 실제로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경매에 참여하는 쪽이 들고 있는 것은 문서가 아니라 사용자 단위로 정리된 범주 몇 칸이에요. 관심사, 연령대, 생애 이벤트, 구매 의향 같은 것들이죠. 광고 자리가 열리면 광고주가 미리 걸어 둔 조건과 그 칸을 맞춰 보고 입찰을 거릅니다.

그러니까 메일 본문이 광고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본문을 읽고 뽑아낸 칸 하나가 넘어가는 거죠. 예약 확인 메일 한 통이 들어가서 나오는 것은 "여행 계획 중" 비슷한 한 칸입니다. 광고주 쪽은 그보다도 적게 봅니다. 방침은 광고주에게 개인을 드러내지 않는 집계 리포트만 준다고 적어 뒀거든요.

구글 자신도 이 구분을 문서에 적어 두었습니다. 지메일 받은편지함이나 드라이브로 모델을 직접 학습시키지는 않는다고 해 놓고, 바로 이어서 그 요약과 발췌, 생성된 미디어, 그리고 추론으로는 학습시킨다고 적습니다. 원문은 쓰지 않고 거기서 뽑아낸 것은 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히려 안심되는 설계입니다. 원문은 그 자리에 있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요약된 한 칸뿐이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칸이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거기에는 어디서 나왔는지가 따라붙지 않습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보신 분은 아실 텐데요. 원본 레코드와 거기서 뽑아낸 집계값·특징값 사이의 연결을 따로 기록해 두지 않으면, 원본을 지워도 파생된 쪽은 그대로 남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삭제 요청이 들어온 날 하루 종일 손이 가는 작업이 정확히 이거죠. 어느 테이블의 어느 행이 지금 지우려는 그 사람에게서 나왔는지를 역추적할 수가 없어서요.

그러면 연결을 끊으면 어떻게 되느냐가 궁금해지는데요. 구글은 여기에 답을 적어 뒀습니다. 앱 연결을 끊거나 연결된 앱에서 데이터를 지워도 Gemini 앱 활동에 저장된 데이터는 지워지지 않는다고요. 그 데이터는 제품 개선과 모델 학습에 계속 쓰일 수 있다는 말도 같이 적혀 있습니다. 끊으면 새 칸이 안 생기는 것이지 있던 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다만 그렇게 만들어진 추론이 광고 입찰 쪽으로 넘어간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는 공개 문서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래는 제 가정이고요.

저는 이번에 바뀐 것이 "메일로 광고를 만들기 시작했다"가 아니라고 봅니다. 동의를 받은 목적과 쓰는 목적이 갈라진 쪽에 가깝죠. 사용자가 연결 스위치를 켠 이유는 답을 더 잘 받기 위해서였는데, 그 스위치의 의미가 방침 개정 한 번으로 넓어졌습니다. 다시 묻는 화면이 뜬 것도 아니고요. 근거로 삼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빠진 지역의 모양입니다. 유럽경제지역, 스위스, 영국. 목적이 달라지면 동의를 다시 받으라고 법으로 요구하는 관할들과 정확히 겹칩니다. (구글이 법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인 유인입니다. 연결하는 앱이 많을수록 답이 실제로 좋아지는 기능이라 연결을 늘릴 이유가 사용자 쪽에도 있고, 구글도 앞으로 연결 가능한 앱을 더 늘리겠다고 적어 뒀거든요. 반드시 그렇게 흘러간다는 예측은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느냐면, 개인 계정이라면 세 군데가 각각 다른 일을 합니다. google.com/search-personalization 은 검색과 지도, 쇼핑 같은 검색 계열 서비스의 개인화 추천을 끕니다. 광고는 여기서 꺼지지 않아요. Personal Intelligence 설정의 연결된 앱 목록은 데이터가 넘어가는 통로 자체를 막는 쪽이고, 이 글의 맥락에서는 이쪽이 핵심입니다. (해제 화면에는 지메일과 드라이브가 Workspace 한 덩어리로 묶여 있습니다.) 광고 개인화를 직접 내리는 스위치는 따로 있고, My Ad Center입니다. 세 개를 같은 것으로 아는 분이 많은데 범위가 다 다릅니다.

회사 계정은 이번 대상이 아니지만, 직원들이 업무용 휴대전화에 같이 로그인해 두는 개인 계정은 대상입니다. 개인 계정 사용 지침에 이 항목까지 적어 둔 곳은 아직 별로 없을 겁니다.

비슷한 연결형 기능을 직접 만드는 쪽이라면 확인할 것이 셋쯤 되겠네요. 동의 레코드에 무엇을 연결했는지만 적혀 있는지 아니면 무엇에 쓰겠다고 했는지까지 적혀 있는지, 파생된 신호에 출처 식별자가 붙는지, 연결 해제가 그 식별자를 따라 올라가 이미 만들어 둔 신호까지 지우는지.

셋 중 마지막 것이 비어 있는 시스템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 만들어 둔 것들을 돌아보면 자신이 없네요. 연결 스위치는 켜기도 쉽고 끄기도 쉬운데, 끄는 쪽이 정말 켜기 전으로 돌려놓는 것인지는 켤 때 잘 묻지 않게 되죠.


커버 이미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 Wikimedia Commons, Asoundd

#구글 #개인정보 #광고개인화 #데이터파이프라인 #동의설계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