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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하나에 눈과 귀와 입을 달다 : 구글 제미나이 옴니의 의미

두뇌 하나에 눈과 귀와 입을 달다 : 구글 제미나이 옴니의 의미

여러분, 잠시 한 가지 상상을 해보시지요. 어떤 사람이 글은 기가 막히게 잘 쓰는데, 그가 쓴 글을 그림으로 옮기려면 옆자리의 화가에게 부탁해야 하고, 그 그림을 영상으로 만들려면 또 다른 방의 영상 편집자에게 넘겨야 한다고 말입니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 일은 훌륭히 해내지만, 서로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화가는 작가가 무슨 의도였는지 정확히 모른 채 그림을 그리고, 편집자는 그림이 왜 그렇게 그려졌는지 모른 채 영상을 잇습니다. 그 결과물은 늘 어딘가 어긋나 있지요.

지난 몇 년간 우리가 AI를 써온 방식이 꼭 이러했습니다. 글은 챗봇에게, 그림은 이미지 생성기에게, 영상은 또 다른 모델에게 — 분야별 전문가에게 일을 쪼개 맡기듯 했고, 그 결과물을 사람이 직접 이어 붙였습니다. 이것을 업계에서는 '스티칭(stitching)', 즉 짜깁기라고 부릅니다.

2026년 5월 19일, 구글은 그 짜깁기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선언했습니다.

▸ "어떤 입력이든, 무엇이든 만든다"

구글 I/O 2026의 키노트 무대에는 순다르 피차이와 데미스 허사비스가 올랐습니다. 이들이 공개한 것은 'Gemini Omni(제미나이 옴니)'라는 통합 멀티모달(Multi Modal) 모델입니다. 슬로건은 단순하고 야심찼습니다. "create anything from any input" — 어떤 입력이든 받아서 무엇이든 만든다.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텍스트든 이미지든 오디오든, 혹은 기존에 만든 영상이든, 그 어떤 조합을 넣어도 옴니는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장면을 만들고 고쳐나갑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일관성입니다. 편집과 편집 사이에서 등장인물의 얼굴, 조명의 방향, 화면 속 사물이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됩니다. "이 캐릭터의 표정만 바꿔줘"라고 말하면, 나머지는 그대로 둔 채 그 부분만 손보는 식이지요.

첫 모델인 Gemini Omni Flash(제미나이 옴니 플래시)는 발표 당일부터 제미나이 앱, 구글 플로, 그리고 유튜브의 쇼츠와 Create 도구에서 쓸 수 있게 풀렸습니다. AI Plus·Pro·Ultra 구독자를 대상으로 전 세계에 순차 배포됩니다. 같은 자리에서 Gemini 3.5 Flash도 함께 발표되었지요.

구글 I/O 키노트 무대에서 발언하는 순다르 피차이의 모습
구글 I/O 키노트 무대에서 발언하는 순다르 피차이의 모습

▸ 짜깁기에서 '세계 모델'로

이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2024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해 2월, 오픈AI가 소라를 공개하며 영상 생성 AI가 세상을 놀라게 했지요. 텍스트 한 줄로 그럴듯한 동영상이 나온다는 사실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영상 생성은, 비유하자면 정교한 짜깁기에 가까웠습니다. 글을 영상으로 옮기는 별도의 모델이 따로 있었고, 그 모델은 글의 의미를 '진짜로 이해한다'기보다 그럴듯하게 옮겨내는 데 가까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작가의 의도를 모른 채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옴니가 주장하는 바는 다릅니다. 텍스트와 이미지와 영상을 따로 처리하는 여러 모델을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경망이 포맷의 경계를 넘나들며 추론한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향을 '세계 모델(world model)'이라고 부릅니다. 단어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 빛은 어떻게 떨어지고 사물은 어떻게 가려지는지 — 에 대한 내적 모형을 갖추려는 시도이지요.

하나의 두뇌에 눈과 귀와 입이 함께 달린다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눈으로 본 것을 곧바로 입으로 그려낼 수 있고, 귀로 들은 것을 손으로 옮길 수 있는 — 인간이 당연하게 해온 그 감각의 통합을, 기계가 흉내 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 워터마크는 누가 신뢰하는가

그렇지만 한 발 물러서 보면, 이 기술에는 묵직한 그림자가 따라붙습니다. 무엇이든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곧 무엇이든 그럴듯하게 속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도 이 점을 의식했습니다. 옴니로 만든 모든 영상에는 SynthID(신스아이디)라는 비가시 워터마크가 새겨집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미나이 앱과 크롬 브라우저, 그리고 구글 검색에서 그것이 AI 생성물인지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거짓을 만드는 도구를 내놓으면서, 그것이 거짓임을 식별하는 장치도 함께 쥐여준 셈입니다.

반가운 시도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워터마크는 누가 신뢰하는가.

생각해보면 SynthID의 검증 도구는 구글의 생태계 안에서 작동합니다. 구글의 앱, 구글의 브라우저, 구글의 검색. 그렇다면 구글 바깥에서 유통되는 영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다른 회사가 만든 워터마크와 호환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영상마다 "이건 어느 회사 도장이 찍혔나"를 따로 확인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진위를 가리는 도장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라면, 그 도장 자체를 누가 보증하느냐는 더 근본적인 물음이 남지요.

이 지점에서 한국의 AI 기본법이 떠오릅니다. 2026년부터 시행된 이 법에는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에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의무가 담겨 있습니다. 방향은 옳습니다. 다만 표시 의무가 실효를 가지려면, 그 표시를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만들고 같은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마다, 나라마다 도장 모양이 다르다면, 표시 의무는 선언에 그치기 쉽습니다. 워터마크의 진짜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공통의 약속'을 만드는 일에 있는 것이지요.

딥마인드를 이끄는 데미스 허사비스가 청중 앞에서 설명하는 장면
딥마인드를 이끄는 데미스 허사비스가 청중 앞에서 설명하는 장면

옴니는 분명 인상적인 도약입니다. 텍스트와 이미지와 영상을 따로 만들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의 진짜 숙제는 '잘 만드는 법'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인지 함께 약속하는 법'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나의 두뇌에 눈과 귀와 입을 다 달아준 다음, 우리가 정작 길러야 할 것은 그 입이 하는 말을 의심할 줄 아는 우리 자신의 눈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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