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2월, 뉴요커에 조금 이상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이 「구글을 거대하게 만든 우정」이었거든요. 문예지가 프로그래머 두 사람의 관계를 인물 기사로 다룬 것입니다.
주인공은 제프 딘과 산제이 게마왓이었습니다. 기자 제임스 소머스가 관찰한 장면 자체는 단순했습니다. 두 사람이 한 화면 앞에 나란히 앉아 있고, 한 사람이 키보드를 잡으면 다른 한 사람이 뒤에서 고쳐 준다는 것. 20년 넘게 그렇게 일했다고 했습니다.
그 화면에서 나온 것들의 목록은 이렇습니다. GFS, MapReduce, BigTable, Spanner, Protocol Buffers. 데이터를 수천 대의 컴퓨터에 흩어 놓고 한 몸처럼 다루는 방법,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클라우드라고 부르는 것의 문법이 저 두 사람의 화면에서 나왔습니다.
2026년 8월 5일, 그 두 사람이 같은 날 구글을 나왔습니다.
순다르 피차이가 사내 메모를 공개하면서 알려진 소식입니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과 알파벳 최고과학자라는 신설 직책으로 옮겼습니다.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라 일상 운영에서 손을 뗀 것이고, Isomorphic Labs CEO는 계속 겸임합니다. 일선의 자리는 코라이 카북추올루 수석 부사장(SVP)이 이어받아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합니다.
같은 날, 네 사람이 회사를 나간다는 발표가 나란히 붙었습니다. 구글 최고과학자 제프 딘, 시니어 펠로 산제이 게마왓, 제미나이 공동 기술 리드 오리올 비냘스, 그리고 AutoML과 Seq2Seq의 쿽 레. 제프 딘은 1999년 초기 사원으로 입사해 27년을 다녔고, 구글 브레인을 공동 창업했으며 TensorFlow를 이끌었습니다. 본인 표현으로 네 사람은 서로 "14년에서 30년까지" 함께 일해 온 사이입니다. 이들이 세운 회사의 이름은 Discovery Loop, 형태는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입니다.
그날 알파벳 주가는 종가 기준 약 4% 내렸습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1,700억~1,900억 달러(약 240조~270조 원) 수준이 사라진 셈이고, 장중 저점 기준으로는 더 컸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GPU가 줄어든 것도, 실적이 꺾인 것도 아닙니다. 사람 넷이 나갔을 뿐입니다.
▸ 쇼클리는 배신자라 불렀고, 피차이는 투자자가 됐습니다
1957년, 윌리엄 쇼클리의 반도체 연구소에서 여덟 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습니다.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그 안에 있었지요. 그들은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세웠고, 거기서 다시 인텔과 AMD가 갈라져 나왔습니다. 실리콘밸리라는 지명 자체가 이 퇴사에서 시작됐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쇼클리는 그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배신자 여덟 명(traitorous eight).
2026년의 구글은 다른 단어를 썼습니다. 알파벳은 Discovery Loop의 창립 투자자이자 클라우드 컴퓨팅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피차이가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대고, 그들이 쓸 컴퓨트를 팔기로 한 것이지요. 시드 라운드는 라디컬 벤처스와 코슬라 벤처스가 공동으로 주도했고 라이트스피드, 클라이너 퍼킨스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 차이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970년대 앨런 케이와 밥 테일러가 있던 제록스 PARC에서 GUI와 이더넷이 나왔고, 마우스도 거기서 쓸 만한 물건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GUI와 마우스로 돈을 번 것은 제록스가 아니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였지요. 기업 연구소가 자기 미래를 남에게 넘겨준 가장 유명한 사례이지요. 구글은 이번에 지분과 워크로드를 챙겼습니다. 절반쯤은 PARC의 교훈을 학습한 회사의 행동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엔 제도의 몫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사업·직업법 §16600에 따라 경업금지 약정이 원칙적으로 무효인 곳이라, 붙잡을 법적 수단이 사실상 없습니다. 지난달 이 블로그에서 애플이 오픈AI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사건을 다뤘지요. 같은 법 아래에서 애플은 소송을 택했고, 구글은 투자를 택했습니다.
▸ 그들이 자동화하겠다고 말한 것
Discovery Loop의 미션 문장은 이렇습니다. "머신러닝과 과학, 공학을 자동화해 발견과 진보를 가속하는 것."
제프 딘이 덧붙인 설명은 더 구체적입니다. 실험의 루프를 자동화하겠다는 것 — 가설을 세우고, 필요한 것을 구현하고, 돌려 보고, 평가하고, 다음 실험을 정하는 그 순환을 사람의 순차적 노동에서 떼어 내 수천 건씩 병렬로 돌리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리고 한 문장이 더 붙습니다. 초기에는 머신러닝 연구와 엔지니어링에 집중한다는 것.
여기서 날짜를 하나 겹쳐 보겠습니다.
8일 전인 7월 28일, 프런티어 AI 기업 임직원 1,100명이 넘는 서명이 붙은 공개 성명 'Pacing the Frontier'가 나왔습니다. 그들이 지목한 위험은 재귀적 자기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즉 AI가 AI 연구 자체를 자동화해 자기 개발 속도를 스스로 끌어올리는 국면이었고, 요구는 그 속도를 검증 가능하게 조절할 기술과 거버넌스 도구를 정부가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오해 없게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제프 딘은 재귀적 자기개선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말한 것은 실험 루프의 자동화이고, 그 첫 적용 대상이 머신러닝 연구와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입니다. 두 문장은 같지 않습니다. 다만 8일 간격으로 놓고 보면 방향이 서로 반대편을 향하고 있고, 누구도 규칙을 어기지는 않았습니다. 이 대비를 어떻게 읽을지는 판단이 갈릴 문제라고 봅니다.
한 가지는 짚어 두는 게 공정하겠습니다. 연구 자동화 자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AutoML은 창업자 중 한 명인 쿽 레가 구글에서 이미 했던 일이고, 얼마 전 오픈AI가 가격 인하의 근거로 내놓은 "모델이 서빙 커널을 스스로 다시 썼다"는 이야기도 같은 계열이지요. 프런티어 랩 안에서 진행 중이던 일입니다. Discovery Loop의 새로움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 일을 하려고 이 사람들이 회사를 나갔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습니다.
▸ 그렇지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 발 물러서 볼 차례입니다.
첫째, 허사비스는 구글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허사비스 사임"이라는 제목만 보면 구글을 나간 것처럼 읽히지만, 알파벳 레벨의 직책을 새로 받은 것이니 승진으로 읽는 해석도 충분히 성립합니다.
둘째, 네 명은 수천 명 조직의 네 명입니다. 제미나이 로드맵은 굴러갑니다. 상징성이 큰 것과 실무 공백이 큰 것은 다른 문제이고, 제프 딘의 최근 몇 년은 직접 코딩보다 조직과 전략의 역할에 가까웠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셋째, Discovery Loop에는 아직 제품도 고객도 출시 일정도 없습니다. 시드 라운드는 발표 시점에 클로징 전이었고 금액과 밸류에이션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회사에 있는 것은 미션 문장 하나와 네 사람의 이름뿐이지요. 그 이름값만으로 미래를 사고파는 시장의 습관이야말로 이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4%를 뺐을까요. 조직도가 아니라 반복을 봤을 것입니다. 2017년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저자 여덟 명은 전원 구글을 떠났고, 그중 노엄 셰이저는 2024년 구글이 Character.AI와의 거래에 약 27억 달러(보도치)를 들이며 되데려왔습니다. 그 셰이저도 2026년 6월 오픈AI로 다시 떠났고, 같은 주에 알파폴드로 노벨상을 받은 존 점퍼는 앤트로픽으로 옮겼습니다. 한 번은 사건이지만 반복되면 구조입니다. 물론 인재 이동은 양방향이고, 구글만의 병리로 그릴 일은 아닙니다.
▸ 우리는 무엇을 자산으로 세고 있습니까
한국의 자리로 옮겨 보겠습니다.
지난달 말 코스피는 중국의 반도체 설비 소식 하나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우리 시장이 자산으로 세는 것은 대체로 설비와 장비, 그러니까 눈에 보이고 감가상각이 잡히는 것들입니다. 8월 5일 나스닥은 사람 넷이 나갔다는 소식만으로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의 몸값에서 하루 만에 200조 원대를 깎아 냈습니다. 무엇을 자산으로 보느냐가 시장마다 이렇게 다릅니다.
이번 달 우리는 국가대표 AI, 그러니까 정부가 지원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들의 오픈소스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7월 말에 이미 수천억 파라미터급 모델들이 이름을 올렸지요. 축하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파라미터가 아닙니다. 파라미터는 예산으로 살 수 있지만, 한 화면을 20년 나눠 쓴 두 사람의 호흡은 예산 항목에 없습니다. 그런 팀이 어렵게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쪽이 더 어려운 질문이지요.
한국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이 합리적 범위 안에서 유효하고, 핵심 인력의 이동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와는 다른 제도이고,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말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붙잡을 수 없는 조건에 놓였던 구글이 택한 답이 소송이 아니라 투자였다는 사실은, 사내벤처와 스핀오프, CVC를 고민하는 국내 조직에 꽤 현실적인 참조점이 됩니다. 나가려는 사람을 막는 법 대신, 나간 뒤에도 연결되는 법을 설계해 둔 회사의 이야기니까요.
물론 이것이 구글의 성공 사례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Discovery Loop는 아직 한 줄의 코드도 세상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1957년에는 떠나는 사람을 배신자라고 불렀고, 2026년에는 그들의 주주가 됐습니다. 69년 동안 바뀐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세는 방식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지금 사람을 어느 쪽 장부에 적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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