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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긋는 힘, 도메인(Domain)이 필요한 이유

경계를 긋는 힘, 도메인(Domain)이 필요한 이유

스파르타의 농노제, 목적의 순수성이 경쟁력

기원전 431년부터 27년간 이어진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그리스 세계의 양대 세력인 그리스와 스파르타가 정면 충돌한 전쟁입니다. 결과부터 얘기 드리자면, 이 전쟁의 승리자는 기원전 404년 아테네의 항복을 받아낸 스파르타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배워왔던 그리스 문화의 찬란함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세워진 아테네가 당연히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스파르타는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걸까요?

기원전 스파르타의 기괴한 사회구조를 떠올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피정복민인 '헤일로타이(Helotos)'에게 농사를 맡기고, 잔혹할 정도로 철저한 농노제를 유지했습니다. 즉, 스파르타의 시민들은 쟁기를 잡는 법 조차 몰랐지만, 방패의 각도와 창의 무게감을 몸의 일부로 만들었죠. 생존을 위한 잡다한 노동으로 부터 해방되는 대신, 오직 '전쟁'이라는 특수한 영역의 전문가가 된 것입니다.

기원전 7세기 제작된 코린토스의 석판, 그리스 광산에서 일하는 노예를 묘사하고 있다. < 출처 : 위키미디어 >

그래서, 우리가 합숙형 입시 전문학원을 '스파르타 방식 학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서 유래한 것이기도 해요. 공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하지 말고, 공부에만 올인하도록 하는 것이죠. 즉, 스파르타는 단 하나의 목적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는 것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유전자 세계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유전자는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생명체라는 '운반체'를 정교하게 설계합니다.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도태시키고, 특정 환경(Domain)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형질만을 남기죠. 역사와 자연에서 승리하는 것은 자신의 영역(Domain)에 최적화된 국가와 개체가 살아남았습니다.

도메인(Domain)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중요할까요?

왜 현대사회는 '도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오늘날의 기업들이 '코딩 잘하는 개발자'보다 '금융을 아는 개발자'나 '물류를 이해하는 데이터 분석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기업에 필요한 인재상을 예전에는 T자형 인재라거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언급하곤 했습니다. 뭐든 조금씩 알면서도, 유연한 인력들이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추구했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기업들은 특정 도메인(Domain)에서 전문지식을 보유한 인재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도메인(Domain)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공학도라면 인터넷 주소를, 수학도라면 함수가 정의되는 범위를 떠올릴 것입니다. 라틴어 'Dominus(주인)'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본래 '주인이 지배하는 영토'를 의미해요. 즉, 내가 단순히 발을 딛고 있는 땅이 아니라, 그 안의 규칙을 완벽히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메인의 힘을 이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출처 : Nano Banana - Gemini >

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은 이제 '어떻게(How)'가 아니라 '어디서(Where)'의 싸움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AI는 기술은 단지 도구일 뿐이라는 변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망치를 든 사람은 많지만, 그 망치로 대못을 박아야 할 지, 정교한 조각을 해야할 지 판단하는 것은 '집을 짓는 원리(도메인 지식)'를 아는 사람이라는 거죠. 범용적인 스펙만으로 취업이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은 바로 기업들이 이 전문성과 경험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AI가 사회 초년생이나 주니어 세대를 대체하기 손쉬워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맥락, 업계의 관행, 특정 도메인에서의 지식과 경험이 없이는 AI라는 도구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이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성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 떨어진 북극곰의 생존 능력 만큼이나 의미가 없습니다.

도메인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분야의 지식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그 세계의 '주인(Dominus)'이 되어 문제를 정의하는 힘을 갖는 것입니다. 스파르타인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그러했듯, 여러분도 자신만의 영토를 정하고 그곳의 생태계를 치열하게 파고 들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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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Domain)이란 어디에서 사용될까요?

데이터베이스(DB) 에서의 Domain :'성별'이라는 데이터 컬럼에 '자동차'라는 데이터가 들어오면 안되는 것처럼, 도메인은 데이터의 무결성을 지키는 범위와 영역을 정의하는 가이드입니다.

도메인 주도 개발(Domain Driven Development)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기술(Code)보다 비즈니스(Domain)를 중심에 두자는 철학입니다. 즉, 개발자가 코드 효율성이나 개발 언어보다도 실제 비즈니스 매커니즘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법이에요.

인터넷에서 도메인(Domain) :숫자로 된 복잡한 IP주소를 인간의 언어로 치환한 '영토의 이름'이죠. 수많은 데이터가 떠도는 인터넷 바다에서 '여기는 나의 영토'라고 선언하는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도메인이란 이런 뜻이긴 해요 < 출처 : 하늘네트 >

도메인 특화 AI :보편적인 지식으로 학습한 ChatGPT(Generalist)와 달리, 특정 영역에 최적화된 고도화된 지식으로 학습된 AI를 도메인 특화 AI(Specialist)라고 부릅니다. 독점적인 지식과 AI 튜닝 능력으로 무장해서 B2B 시장에서 강력하죠.

#태그 #AI #DDD #domain #개발철학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