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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인상은 17% 감소였습니다 : 앤트로픽과 기준점

25% 인상은 17% 감소였습니다 : 앤트로픽과 기준점

퍼센트는 숫자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바뀐 값과, 무엇에서 바뀌었는지가 함께 있어야 하죠. 그런데 발표문에 적히는 것은 대개 앞의 하나뿐입니다. 기준점은 발표하는 쪽이 고르고, 읽는 쪽은 고를 수 없습니다.

현지 시각 8월 29일 토요일, 앤트로픽이 Claude Code의 주간 사용량 한도를 영구적으로 25%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Pro와 Max, Team, 그리고 좌석 단위로 계약하는 Enterprise 플랜이고, 시행일은 9월 14일입니다. 개발 도구의 한도가 영구적으로 올라간다는 소식이니 반가운 발표로 읽히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몇 분 만에 계산을 마쳤습니다. Claude Code에는 지난 5월 13일부터 주간 한도를 50% 올려주는 임시 조치가 적용돼 있었고, 종료 시점이 여름 동안 네 차례 연장됐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사용자가 실제로 쓰고 있는 한도는 원래 기준의 150%입니다. 9월 14일부터 적용되는 새 한도는 125%죠. 125를 150으로 나누면 0.833입니다. 발표된 25%는 원래 기준에서 계산한 인상률이고, 오늘 쓰는 사람에게는 17% 줄어드는 변경이었습니다.

앤트로픽은 이 계산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오늘과 비교하면 이것은 Claude Code 주간 한도의 17% 감소에 해당합니다." 회사가 직접 쓴 문장인데요. 다만 그 문장이 처음부터 앞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발표 본문에는 25% 인상만 있었고 감소분은 스레드의 답글에 있었습니다. 이용자들이 원 글에 커뮤니티 노트를 붙였고, 앤트로픽이 원 글을 지우고 감소를 앞세운 글로 다시 올렸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직원들도 변경 내용을 먼저 밝히는 편이 더 명확했을 것이라고 인정했고요.

▸ 검산이 가능했던 것은 두 퍼센트가 같은 화면에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홍보 실수처럼 보입니다. 물론 실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사건에서 더 오래 들여다본 부분은 다른 쪽이었습니다. 개발자들이 검산을 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두 개의 퍼센트가 동시에 공개돼 있었습니다. 50%와 25%. 기준점이 같으니 나눗셈이 성립했죠. 그런데 앤트로픽은 어떤 플랜에서도 한도의 절대 토큰 수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개하는 것은 배수뿐입니다. Pro는 5시간 세션 기준으로 무료 플랜의 최소 5배, Max 5x는 Pro의 5배, Max 20x는 Pro의 20배. 그런데 사슬의 맨 아래에 있는 무료 플랜의 한도가 절대값으로 공개되지 않으니, 5배도 20배도 결국 무엇의 몇 배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용량은 토큰 예산이 아니라 5시간 세션의 지분으로 계량되고, 그 지분을 조정할 권리는 회사가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독료가 보장하는 것은 일정한 작업량이 아니라 비율입니다. 사용자가 볼 수 있는 화면도 자기 소비의 비율입니다. Claude Code에서 `/usage`를 치면 이번 주에 몇 퍼센트를 썼는지는 나오는데, 그 100%가 몇 토큰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실은 이 대목이 걸려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검산이 가능했던 것은 규칙이 투명해서가 아니라 우연에 가깝습니다. 두 퍼센트가 마침 같은 화면에 놓여 있었을 뿐이죠. 만약 임시 조치가 조용히 만료되고 두 달쯤 뒤에 "25% 인상"만 발표됐다면, 그 문장은 아무도 뒤집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개별 사용자는 한도가 예전보다 빨리 차오르는 것을 느끼겠지만, 느낌으로는 계산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뒤집힌 것은 회사의 정직함이 아니라 기준점을 공개하지 않은 채 변화율만 발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같은 회사가 지킨 숫자는 검산되는 숫자였습니다

같은 회사가 보름 남짓 사이에 발표한 다른 숫자를 겹쳐 놓으면 대비가 선명해집니다. 앤트로픽은 8월 11일 Claude Sonnet 5의 도입가를 영구화한다고 밝혔습니다. 6월에 출시하면서 100만 토큰당 입력 2달러, 출력 10달러를 "8월 31일까지"라고 못 박아 뒀고, 9월 1일부터는 3달러와 15달러로 오를 예정이었습니다. 그 인상이 취소됐습니다. 원래대로면 오늘이 가격이 오르는 날인데, 오늘 가격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앤트로픽이 공개하는 두 종류의 숫자를 나란히 정리한 것입니다. 왼쪽 API 가격은 100만 토큰당 달러라는 절대값이고, 오른쪽 구독 한도는 기준점이 공개되지 않은 배수와 퍼센트입니다.
앤트로픽이 공개하는 두 종류의 숫자를 나란히 정리한 것입니다. 왼쪽 API 가격은 100만 토큰당 달러라는 절대값이고, 오른쪽 구독 한도는 기준점이 공개되지 않은 배수와 퍼센트입니다.

*출처: 앤트로픽 공개 자료 정리*

이쪽 숫자는 성격이 다릅니다. 토큰당 달러는 절대값이라서 사용자가 자기 사용량을 곱해 직접 계산할 수 있고, 다른 회사 가격표와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검산되는 숫자죠. 그리고 앤트로픽은 그 숫자를 지켰습니다. 검산되지 않는 숫자에서는 인상으로 포장된 감소가 나왔고요. 저는 이 두 가지가 같은 달에 우연히 겹친 일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검산 가능성이 곧 규율이기 때문입니다.

▸ 회사가 남겨 둔 여지의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앤트로픽이 함께 밝힌 후속 계획도 그 점을 뒷받침합니다. 사용량에 대한 가시성과 통제를 더 제공하겠다고 했는데요. 결국 기준점을 공개하겠다는 뜻입니다. 정액 요금제에서 상한을 절대값으로 밝히기 어려운 사정은 이해할 만합니다. 모델이 바뀌면 같은 작업에 드는 토큰이 달라지고, 상한을 숫자로 고정해 두면 서빙 원가가 흔들릴 때 회사가 움직일 여지가 없어지니까요. 임시 상향을 네 번 연장한 것도 그 여지를 쓴 결과입니다. 그런데 그 여지의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한국 개발 조직에는 이것이 실무 문제로 옵니다. 팀 단위로 Claude Code 구독을 붙이고 다음 분기 예산을 세우려면 좌석당 얼마를 쓸 수 있는지가 필요한데, 지금 계약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배수와 퍼센트입니다. API로 가면 토큰당 단가가 공개돼 있어 계산이 되지만 정액제보다 비싸고, 정액제로 가면 싸지만 용량 계획의 근거가 없습니다. 사내 도입 심사 문서에 "월 몇 토큰"이라고 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AI 도구의 가격표는 앞으로도 계속 내려가겠죠. 그런데 정액제 구독에서 우리가 실제로 받는 것은 가격표가 아니라 한도입니다. 발표된 인상률보다 그 인상률이 무엇에서 계산됐는지를 먼저 묻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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